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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멋쟁이 희극인

한 사람을 기억하는 일

by 정 호

이 책은 고인이 된 개그우먼 박지선 씨의 아이디어 노트에 적혀있던 207편의 글 가운데 박지선 씨의 트위터에 공개되지 않은 글과, 유쾌한 글을 그러모아 그녀의 동료들이 그녀를 기억하기 위해,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해 세상에 내어놓은 책이다.


그녀가 어떤 고통 속에서 삶을 스스로 마감하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노트에 적어둔 그녀의 글에는 비극적인 그녀의 마지막 모습과 달리 유쾌함과 따듯함만이 가득하다. 따듯하고 여린 사람들, 세상에 존재했더라면 더 많은 기쁨과 이득을 사람들에게 전해주었을 이들이 서둘러 세상과 이별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세상은 왜 좋은 사람들에게 유독 가혹한 짐을 지우는 것인가 울분이 차오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궁금증을 던져주고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주는 글은 모두 가치가 있다. -97p.

그녀는 누구였을까. 어떤 짐을 짊어진 채 살아왔을까. 어떤 것들을 피할 수 없었고, 그 피할 수 없는 것들과 어떠한 방식으로 마주하며 살아왔던 것일까.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은 어떤 관계였으며 어떤 마음으로 삶과 죽음을 선택했던 것일까.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마음으로 세상에 나왔을 책을 앞에 두고 한 장씩 종이를 넘겨가며 그녀의 생각을 마주할수록 그녀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녀가 써 놓은 글처럼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렇게 그녀의 글은 나에게 가치 있는 글이 되었다.


그녀의 글이 아니었어도 그녀는 가치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업으로 삼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미디어 안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으며 그와 동시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애쓰며 살아온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사후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해 주변인들이 모여 그녀의 글을 엮어 책으로 출판해 낸 것만 보더라도 그녀가 얼마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는지, 얼마나 가치로운 인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방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얼마 전 할로윈 기간에 벌어진 참사를 두고 여러 말이 많았다. 국가적인 행사들을 연기하고 관공서에는 시끌벅적한 행사를 연기하거나 조용히 진행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어느 가수들은 자신의 콘서트를 취소하는 것으로 추모의 마음을 전했으며 반대로 어느 가수들은 자신의 콘서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추모의 마음을 표현했다.


사람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일 테다. 지금은 화장이 보편화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무덤에 찾아가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 추억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 "멋쟁이 희극인"은 참 멋진 방식의 기록물이다. 고인의 기록물이면서 고인을 기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기록물이기 때문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언제든 그리운 사람을 가까이에 두고 그리워하며 쓰다듬을 수 있는 방법. 박지선 씨는 참 좋은 친구들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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