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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Aug 14. 2020

아이가 단추를 삼켰다.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부여 아웃렛에서 쇼핑을 하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아이가 18개월 즈음되었을 때의 일이다.

오랜만에 콧바람을 쐬러 나가자는 장인어른의 제안에 처갓집 식구들은 한껏 들뜬 마음으로 나들이 갈 채비를 했다. 날씨도 좋았고 오래간만에 외출이어서 다들 설레는 것 같았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직 어린아이에게 세상은 얼마나 신기한 것 투성이일까. 차를 타고 나오기만 하면 빛나는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괜스레 마음이 찡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공포와 두려움으로 뒤바뀌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아웃렛에 도착해서 둘러보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언제나 그렇듯 사건은 순식간에 발생했다. 엄마의 품에 안겨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구경을 하며 신나게 놀던 와중에 엄마 옷의 목 부분에 있는 단추를 오물거렸던 모양이다. 평소 같았으면 못하게 바로 제지하였을 테지만 우리도 모두 다른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있었던지 아이가 단추를 우물거리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잠시 숨이 넘어가는 듯한 꺽 소리가 아이의 입에서 나옴과 동시에 아이와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무슨 상황인지 파악해내려 애쓰고 있었다. 말이라도 할 줄 알면 본인의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18개월 된 아이는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뛰어놀기 시작했다.


분명히 오물거리던 부분의 단추 하나가 사라져 있었다.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단추를 삼킨 것인가? 하지만 삼켰다고 하기엔 꽤나 커다란 단추였고 평소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으며 꺼억 소리를 냈던 적이 많기에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았을 때 단추는 어딘가에 떨어졌고 아이는 손가락으로 입속을 만지다가 낸 소리는 아닐까 하는 바람이 포함된 생각도 들었다. 멀쩡하게 뛰어노는 아이를 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검색을 해보았더니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런 경우가 많고 보통 똥으로 나온다는 글들이 약간의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게다가 오랜만에 나온 가족 나들이인데 분위기를 깨기도 싫은 마음에 다 놀고 천천히 병원에 가도 된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한편으로는 계속 아까 아이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귀에서 맴돌아 빨리 병원을 가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불편한 마음이 얼굴에 드러났던지 가족들은 어서 병원에 가보라고 말했다. 그 말에 힘입어 등 떠밀리듯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대학병원으로 급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겉으로 봐서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부부는 이동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병원으로 가면서도 우리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가능성에 기대고 싶었던지 변에서 단추가 나오길 2~3일 지켜볼까? 그렇지 않으면 바로 병원으로 가볼까? 이야기를 나누다가 2~3일 지켜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마지막 확신을 얻고자 119와 지역 대학병원에 전화를 해보았다. 두 곳에서 모두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서 바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응급환자를 다루는 119와, 마찬가지로 응급환자를 다루는 대학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해놓고 우리는 무슨 평온한 위안을 바랐던 것일까. 그냥 고민하지 말고 지역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서 검사를 받기로 했다.   


엑스레이를 찍었다. 단추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의사 소견 또한 너무 열린 의견이었다.

먹었을 수도 안 먹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엑스레이를 찍어도 뱃속에 있는 것이 모두 발견되지는 않을 수 있다면서 며칠 지켜보며 변을 누어 단추가 나오는지 지켜보자는 말 말고는 특별한 처방이 없었다. 단추가 나온다면 먹었다는 것이고 단추가 나오지 않는다면 먹지 않았다는 것이 될 터인데 그렇다면 병원을 왜 왔는가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의문이 들었다.


며칠간 기저귀를 지켜보았다. 단추는 나오지 않았다. 단추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결국 단추는 먹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려졌지만 현대의학으로 확실한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하고 한 처방을 받지 못했다는 찜찜함과 아이를 주의 깊게 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 나를 괴롭힌다. 정말이지 아이에게서는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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