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것은 아직 저 먼 훗날의 이야기
아들: 엄마~ 손가락에서 왜 뚝뚝 소리가 나?
엄마: 엄마가 나이 먹어서 그래. 관절염인가 봐
아들: 그럼 1월 되면 안 되겠다.
엄마: 왜?
아들: 엄마 나이 먹지 말라고
앉았다 일어날 때 가끔씩 뼈 마디에서 뚝뚝 소리가 나는 것이 나이 듦의 증거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찌 되었건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신체의 변화를 느낀다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신체가 낡아가고 있음을 인지하는 순간이 된다. 아직 나이 듦을 논할 만큼 나이 먹은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한마디 말에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해 본다.
1월이 되면 한 살 더 먹어서 형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며 아이는 늘 1월을 기다린다. 1월이 생일인 탓에 1월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은 더욱 부풀어 오른다. 그렇게 아이에게 1월은 오매불망 남편을 기다리는 망부석의 마음처럼 머리에서 쉬이 잊히지 않고 자꾸만 떠올리게 되는 기다림의 대상이다.
그렇게 애태우며 기다리던 대상을 오지 말라고 말하는 까닭은 자신이 나이를 먹음과 동시에 엄마도 나이를 먹게 된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엄마가 나이 먹지 않길 바라는 마음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어렴풋하게나마 아이는 노화와 죽음 이별의 관계성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나이를 먹으면 할머니가 돼?"
"늙으면 사람이 죽어?"
"죽으면 어떻게 돼?"
"아빠랑 엄마는 이백살까지 살아"
아이와 놀다가 문득 아이의 입에서 저런 말들이 튀어나올 때면 무어라 답을 해야 좋을지 몰라 적당한 선에서 에둘러버리고 말까 싶다가도 흐릿하고 잘못된 개념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다툼이 생기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최대한 알아듣기 쉬운 말로 심플하고 가볍게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슬픈 일이 아니라는 것. 지나치게 무겁거나 연민의 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것은 그저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잠을 자듯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며 언젠가 반드시 누구에게나 일어날 일이라는 것. 아직 그 시기는 저 멀리 있으며 아이가 충분히 자랄 때까지 분명히 너의 곁에 부모가 든든하게 버티고 서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그래서 우리는 함께 있을 때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왔고, 지내는 것임을,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행복하게 지낼 것임을, 다시 한번 아이의 눈에 속삭인다.
앞으로 수십 번의 1월을 맞이하며 우리는 여전히 같은 고민과 걱정을 하게 되겠지만, 그 걱정의 무게는 나날이 무거워지겠지만, 그렇기에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과 기쁨의 농도 역시 더욱 진해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그렇게 오늘도 소리 내어 웃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