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발견

생각해 보려는 힘은 언제나 자발적일 때만 발휘된다

by 정 호

"아잇 또 잘못 눌렸네"


양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들고 있는 짐에 의해 가끔 가려는 층 이외의 다른 층이 눌려 취소하고 싶을 때가 있다. 보통은 불이 들어온 버튼을 다시 한번 누르면 불이 사라지며 취소가 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한번 눌린 버튼은 취소가 안돼 어쩔 수 없이 해당 층에서 문이 열리는 모습을 바라봐야 했다.


보통 엘리베이터들은 잘못 눌린 층을 다시 한번 누르면 취소가 되던데 이곳은 왜 취소가 안되는지 의아하여 관리사무실에 물어보아도 우리 아파트는 원래 취소가 안된다는 말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원래 그런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입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스템을 교체하여 취소가 가능하도록 바꿀 수도 있으련만, 그저 원래 그렇다는 말 한마디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마무리지으려는 모습에 황당하긴 했지만 분란을 일으키기 싫은 마음에 그냥 그러려니 하며 얼마간의 불편함을 감내하며 1년 반을 살았다.


이제 곧 계약 기간이 끝나서 우리는 한 달 뒤 이사를 갈 예정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잘못 눌린 엘리베이터 버튼을 취소할 수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분명 일 년 반 동안 취소가 안 됐었는데 방금 어떻게 취소가 된 것이지? 시스템이 바뀌었나? 관리사무소에서도 우리 아파트는 취소가 안 되는 엘리베이터라고 말했는데 이상했다.


양손에 짐을 들고 있어서 타탁 하며 빠르게 여러 번 눌렀던 것 같은데, 혹시... 빠르게 두 번 눌러야 취소가 되는 것이었나? 그런 생각과 함께 우리 집에 도착하기 전 중간에 있는 다른 층을 누른 뒤 기대를 품은 채 검지 손가락으로 두 번 따닥! 하는 순간, 이럴 수가 눌렸던 버튼이 취소가 됐다!


사는 내내 불편하게 생각했던 문제가 이사 갈 때가 다 되어서야 해결되다니. 헛웃음이 났다. 왜 두 번 눌러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관리사무소의 말만 믿고 다른 시도를 생각조차 안 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관리사무소는 아파트에 관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것은 일종의 권위였으리라. 권위에 복종하는 순간 우리는 대안이나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냥 믿어버리는 것이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틈이 있다는 사실은 권위 앞에서 흐려진다. 권위에 맹목적인 복종은 그렇게 손쉬운 해결책조차 떠올리지 못하게 만든다.


저항하고 싶을 때,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해결해내야만 할 때,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권위에 의지하려는 마음은 나약한 마음이다. 해결해 주겠지, 해답을 알려주겠지, 나는 모르는 정답을 저 사람은 알고 있겠지, 이런 의존적인 마음은 정답을 만들어내지 못하게 만들고 남에게 의존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일반적으로 사람을 타성에 빠지게 만든다. 하던 대로 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하려는 사람은 반항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자발적일 수밖에 없다. 반항심은 필연적으로 자발적인 상태가 되게끔 인간을 몰아넣기 때문이다. 그것은 외롭고 괴로운 일이지만 가장 자유에 가까워지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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