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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Oct 05. 2023

좋은 세상을 보려거든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라

갈 사람은 가고, 올 사람은 오고

돈, 일, 사람 이 세 가지 스트레스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람이라 우리는 늘 사람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나와 달라서 불편한 사람, 말을 함부로 해서 힘든 사람, 책임감이 없어 짜증 나는 사람, 식견의 깊이가 달라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 세상에는 수많은 이유로 나를 힘들게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물론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동일한 이유로 나를 기쁘게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또한 늘 내 주변에 포진해 있다고 볼 수도 있기에 개인의 역량에 따라 슬픔을 기쁨으로 치환할 가능성 또한 존재함을 간과할 수는 없다.


성공과 성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각기 다르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어찌 되었건 스스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 혹은 성장을 했다고 정의 내리는 사람들이 성장한 이후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답한 내용을 들어보면 공통점이 있다. 어울리는 사람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소위 말해 노는 물이 달라졌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언뜻 들을 때는 굉장히 오만하고 건방져 보이는 표현이지만 명사라 불리는 사람들 가운데 꽤 많은 사람이 동일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아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다. 하는 일의 종류가 바뀌면 당연히 같은 업종의 사람들과 어울리게 될 테니 어울리는 사람이 바뀌는 것이 뭐 그리 새삼스러운 일인가 싶지만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15년 가까이 교사로 살다가 얼마 전 교직을 그만두고 사교육계로 거처를 옮긴 한 선배가 있다. 그는 월급쟁이로 살다가 자영업자가 되자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모든 것을 자본과 연결 지어 생각하고, 돈이 될 것 같으면 일단 행동으로 옮기는 버릇이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곧 시간이 돈이라는 말을 피부로 체감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공교육에 있을 때는 양질의 수업을 하고 싶어도 각종 책임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페이퍼 워크를 생산하고, 생산성보다는 절차가 더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느라 시간을 빼앗겨 스스로 만족할만한 수업을 만들어내기 힘들었으나 사교육으로 옮긴 뒤에는 수업의 질이 곧 소득과 직결되므로 다른 모든 것은 플랫폼 업체에 맡기고 자신은 수업에 대한 고민만 하면 돼서 좋다고 말한다. 사교육으로 옮겨간 그의 거취에 따라 자연스레 공교육 교사들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사교육 교사들과 교류가 시작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는 단순히 만나는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교류함을 뜻한다.


명품과 외제차로 자신의 소비지향적 삶을 과시하며 살아왔던 동생이 있다. 어느 날 그는 득도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소비로는 더 이상 자신의 헛헛한 마음을 채울 수 없다며 앞으로는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곳에 소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는 부동산과 경매를 공부하기 시작하더니 투자자의 길을 가겠다며 자신이 가진 모든 자산을 집과 땅과 주식에 골고루 나눠 투자하기 시작한다. 소비의 세상에 살던 때 그는 명품을 자랑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외제차 동호회에 가입해 라이딩을 즐겼다. 투자의 세상으로 발길을 옮긴 뒤 그는 이전의 삶은 완벽하게 잊어버렸다는 듯, 감가 되는 자산에 소비하는 사람들과 나눌 말이 없다며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해 나가기 바쁘다.


몸담고 있던 조직에서 치열하게 승진 경쟁을 벌이던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어느 날 문득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하며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왜 사는 것이며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지, 행복이란 무엇이며 죽을 때는 어떤 마음으로 죽고 싶은지, 그렇게 스스로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지게 된 그에게 더 이상 회사에서의 승진은 중요하지 않은 가치가 된다. 홀로 고민하며 철학을 공부하고 글을 쓰던 그는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삶을 나누는 사람들의 무리 속으로 들어간다. 그가 이전에 만나 어울리던 사람들과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이 달라질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분명해 보인다.


위 사례들은 어찌 보면 성공이나 성취 때문에 만나는 사람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삶의 지향점이 달라졌기 때문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바뀌었다고 봐야 한다. 지향점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삶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바라보게 되는 어떤 지점을 뜻한다. 지향점을 설정하지 않고서는 삶이라는 길고 고된 여정을 제대로 걸어 나가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며 어느 순간 삶의 지향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갈 것인가, 어떤 행복을 추구할 것이며, 무엇을 움켜쥐고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  


주변의 환경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사를 가거나 하는 일을 바꾸는 것이라는 말처럼 이사와 전직은 가장 빠르게 주변 환경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어울리는 사람을 바꾸기 위한 최선의 선택인 것처럼 보이지만 꼭 직업이 바뀌어야만 어울리는 사람이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상황이 변하거나, 삶의 지향점이 바뀜에 따라 어울리는 사람이 자연스레 변해간다. 문제는 오래된 친구들이나 가족처럼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함께 어울려 지내던 사람들과 여러 이유로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 때다.


무릇 친구란 만나면 반갑고 좋은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세월이 흐르며 나는 자꾸 변해가는데 어린 시절의 사고방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기쁜 마음보다는 불편함만을 전달하는 친구를 마주하며 관계의 유효기간이 다 되었음을 느낄 때가 있다. 중고등학생이 초등학생과 함께 할 수 없고 대학생이 중고등학생과 함께 어울리기 힘든 이유는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 더 다양한 것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야가 넓어짐에 따라 이전에 내가 하던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조언을 해줄 수는 있게 되었을지언정 같은 것에서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게 된 탓이다.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과 머무름을 선택한 사람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은 끊임없는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변화의 과정에서 부딪히게 될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환경에 대해서도 열려있다. 머무름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많은 것에 있어서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사람, 새로운 관점, 새로운 시도, 자신의 세계를 벗어나는 온갖 새로운 것들에 대해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이들은 당연하게도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함께 변화하며 성장의 기쁨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 변하지 않고 예전의 모습 안에서의 즐거움만을 곱씹고 싶은 사람, 누가 더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인지 구분 짓는 일은 어렵고도 무의미한 일일 테지만 그들이 한동안 함께 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처럼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 연인 관계에도 시작과 끝이 존재하듯, 모든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세상을 보려거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과는 결코 좋은 세상을 함께 그리기 어렵다. 무리하게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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