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뎌진 마음을 단단하게 다듬는 일
‘벼리다’라는 단어를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그것을 ‘버리다’로 잘못 읽었다.
습관처럼 눈이 가볍게 지나쳤고,
의미도 모른 채
오늘 하루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다 다시 눈을 들었을 때,
그 단어는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버리는 것이 아니라,
벼리는 것이라고.
벼리다는 말은,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고 두드려
다시 날카롭게 세우는 일이라고 한다.
또는 마음을 가다듬고,
의지를 단련하여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단다.
그 순간, 이상하리만큼
벼리다와 버리다라는 두 단어가
서로 맞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언가를 잘 벼리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먼저 버려야 하지 않을까.
불필요한 욕심, 헛된 자존심,
무의식처럼 쌓인 비교와 불안,
그런 것들을 하나씩 떨궈낸 뒤에야
비로소 나를 벼릴 수 있는 게 아닐까.
무엇을 갖는가보다
무엇을 비우는가가
더 중요한 날들이 있다.
나를 해치던 것들을 다 버리고 나면,
그 자리에 진짜 나다운 것이 깃든다.
나는 오늘도 나를 벼린다.
불 앞에 마음을 놓고,
조용히, 천천히
삶이라는 망치로 스스로를 두드린다.
더 예리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단단하고 따뜻해지기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의 하루를 조용히 지켜줄 수 있을 만큼
잘 벼려진 사람이 되고 싶다.
◈ 오늘의 향 추천 – 주제: 벼리다
▼ 추천 향기:
베티버 (Vetiver)
▼ 추천 이유:
베티버는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린 풀에서 추출한 향으로,
짙고 흙내음 섞인 우디함 속에 묵직한 안정을 품고 있습니다.
단련과 수련, 내면의 힘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향이기도 하죠.
불 앞에 선 쇠처럼,
천천히 뜨거워지고 단단해지는 마음의 과정
그 느린 불과 깊은 숨을 닮은 향이 바로 베티버입니다.
◈ 오늘의 질문
지금, 당신은 무엇을 벼리고 있나요?
어떤 마음을 단련하고, 어떤 감정을 다듬고 있나요?
서로의 단련이, 위로가 되어줄지도 몰라요.
월·수·금 아침 8시,
세 편의 이야기를 한 병의 향수처럼 당신께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