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은 무조건 가족외식의 날입니다.
부부 둘 다 야근이 기본값인 영화판에서 바쁘게 살았던 덕(?)에 아이들은 시댁에서 살다가 주말에만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지친 뇌와 비루한 육체에서 소나무에서나 나올 법한 송진이 배어 나와 이대로 스르르 녹아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일상들.
토요일 주말, 요리를 할 힘도 의지도 없는, 그저 침대 위에 송장처럼 누워만 있고 싶은 나날들이었습니다. 허나 아이들과의 소중한 주말을 그렇게 흘려보낼 순 없었어요.
내 비록 다 타서 재가 될지언정.
사람은 음식뿐 아니라 추억도 먹고 산다고 믿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나중에 자랐을 때 피곤한 어미가 침대 위에 송장처럼 누워있었던 기억만 떠올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너무나 슬프고 불행한 일 아닌가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이 주말외식이었습니다.
저는 집밥에서 해방되고, 아이들은 바깥세상 구경도 하는, 같이 걸으면서 그간 나누지 못했던 얘기도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외식비가 만만치 않기에 비싼 음식을 사 먹진 못했지만 여행이나 여름휴가도 제대로 못 가는 삶에서 토요일 저녁외식은 가치 있는 소비라고 믿었습니다.
짧지만 행복했던 그 시간들을 예술일기로 쓴 후 SNS에 올리는 동안 기억이 아로새겨졌죠. 다른 가족들에 비해 내 기억이 월등하게 좋은 이유가 그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는데요.
어디서 뭘 먹었는지를 기가 막히게 떠올려서 남편은 내가 기억력이 좋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다른 기억들은 흐릿한 편입니다.
예술일기를 쓴 덕에 추억이 종이에 그려져 물질성을 띠고 켜켜이 쌓여갑니다.
나중에 할머니가 되었을 때 다시 들춰보면 참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긴 무수히 찍었는데, 앨범에 저장을 하지 않아 그런지 인상적인 장면들이 기억나질 않아요.
예술일기는 그런 무수한 사진들 중 한 장면을 깊이 박제시키는 것과도 같아서 기억이 선명한 것 같습니다.
성북동, 북촌, 부암동, 파주 등등 제가 사랑하는, 느리게 흐르는 동네를 가족과 거닐던 순간들.
안타까운 건 사람을 잘 못 그리는 편이라 아이들 모습을 많이 못 그렸어요. 사람 그리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어요.
예술일기를 쓰면서 배워야 할 부분이 저절로 생깁니다. 유튜브 영상과 책을 보며 배운 것을 바로바로 적용시킬 때 참 재밌습니다. 대단한 작품을 만드는 것도 아닌데 잘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잖아요.
부담 없이 이렇게 저렇게, 미술 재료를 바꾸면서 놀아봅니다. 휙휙, 스윽슥, 촵촵... 종이에 추억을 새기는 시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성북동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