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예술일기에다 뒷담화를 쓰는 건 필수코스죠. 그 덕에 그럭저럭, 수 십 년간 명절을 잘 버텨왔는데요.
명태 전, 고구마 전, 김치전 녹두전, 동그랑땡, 두부 전... 등등 인정 많은 시어머님은 온 동네 사람 다 먹일 듯이 많은 음식 준비를 하셨습니다. 설날은 더더욱 싫었어요. 그 많은 음식들에 손만두까지 추가되었으므로!
참고로 결혼 전까진 손에 물이라곤닿지 않는 독신녀의 삶을 살았었기에 결혼 후 명절마다 무슨 족쇄를 차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애들이 어릴 때 <손 큰 할머니의만두 만들기>라는 동화책을 사준 적이 있었어요. 손 큰 할머니가 온 동네의 숲 속 친구들까지 먹일 거대한 만두를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호랑이,여우, 온갖 새들까지 다 몰려와 힘을 합해 만두소를 삽으로 종일 떠 넣어도 안 끝날만큼 거대한 만두를 말이죠!
동화에 나오는 땀 흘리는 동물이 저로 보이는 착각이 들 만큼 명절 만두 만들기는 고역이었는데요.
만두피를 만들기 위해 반죽하는 일이 그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팔이 빠질 것 같을 때쯤 큰 덩어리가 완성되고, 그걸 다시 잘게 나누어 동그랗게 밀대로 하나하나 밀어야 완성되는 만두피.
동화 속 할머니처럼 손 큰 시어머니는 혼자서 산처럼 쌓인 만두소를 완성하셨고, 온 가족이 들러붙어 만두피를 만든 후, 그 안에 만두소를 부지런히 채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