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일기를 쓰면서 저에게 생긴 변화는 무엇일까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성공이냐 실패냐에 꽤 집착하는 편이었습니다.
제작에 참여했던 영화라면 극장의 박스오피스 탑에 있어야 하고, 시나리오를 썼으면 제작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수십 명이 참여하고, 아무리 날고기는 선수가 시나리오를 써도 작품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데도 말이죠.
좋은 영화사들만 다녀서 그런지 그런 행운이 끝없이 이어질 거란 착각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특출 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공들여 시간과 돈을 투자했으니, 제비가 박씨를 물어오듯 성과가 떨어질 거라 믿었습니다. 동기유발을 하여 열심히 하는 데에는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문제는 실패했을 때 큰 충격을 입는다는 것이죠.
같이 일했던 동료들의 무능을 탓하다가 결론은 나의 무능함으로 끝을 맺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할 만큼 한 후 정 떨어져 버린 애인처럼 몇 년이나 공들였던 시나리오가 꼴도 보기 싫어져 한순간에 버려버렸죠.
제가 모든 것을 승패로 가르는 이유는 '노력하느라 수고했다는 말보다 '몇 등했냐'는 질문을 어릴 때부터 들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자란 사람들 대부분은 저처럼 이런 말을 듣고 자랐을 겁니다.
'결과중심적'이 되면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불안에 떨게 되어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겠죠.
그보다 나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실패를 그 과정으로 받아들였을 겁니다.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한 실패한 시나리오라도 과정의 소중함을 알았다면 바둑의 '복기' 하듯 패전의 이유를 고민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시간이 쌓였을 때 드디어 날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요?
예술일기에 고민을 적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본 결과입니다.
이제 실패했으니 무능력하고, 모든 게 끝난 걸까요?
당연히 실패해도 삶은 계속됩니다.
예술일기는 모자란 나를 포용해 주는 공간이었습니다. 행복한 일만 가득한 사람은 일기를 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실패해서 오히려 쓸 것이 많았고, 주변을 그리면서 인스타 핫플보다 낡고 오래된 공간이 아름다운 것도 알게 됐거든요. 그런 공간을 그리면 별게 없는데도 운치가 느껴지더라고요. 오래 버텨온 시간이 주는 힘이 아닐까 합니다.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솔직한 내 속의 감정이 글자로 살아나면서 위로받습니다. 황폐했던 마음의 황무지에 풀이 돋듯이 '좋아, 다시 해보자고!' 하는 의욕도 자라나고요.
그러니 오늘도 계속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