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전 실패한 셈입니다.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던 시절을 지나 영화 창작의 세계에서 10년 넘게 투지를 불태웠지만 결국 작품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실패를 인정할게요.
제가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인간이란 것도.
새삼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부모님이 저 때문에 얼마나 힘드셨을까 반성이 됩니다.
제 아이들도 절 닮았는지 남의 말을 잘 안 듣네요. 해보고 후회해야 하는 저랑 어찌 그리 똑같은지.
신기하게도 사람은 자기 자신은 잘 못 보는데, 타인은 기가 막히게 잘 봅니다.
지인들은 제가 따뜻하고 유머 있는 장르를 잘 쓴다고 했지만 계속 차갑고 서늘한 스릴러를 썼습니다. 과연 인간인가 청개구리인가 싶죠?
그렇다면 실패가 두렵다고 도전을 하지 말란 얘기냐? 고 물을 수도 있겠네요.
반백살 제 소신대로 살아온 중간 결과를 말씀드릴 테니 참고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굳이 직접 겪을 필요 없이요.
하고 싶은 도전을 하면 실패할 수 있지만 후회는 없다, 가 제 결론입니다.
만일 도전하지 못하고 계속 안전하게 살았다면 '한번 해볼걸'하는 후회를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달고 살았을 거예요.
'죽기 전에 후회 없는 삶'이 제 오랜 모토였습니다.
그러니 현실적으론 실패지만 죽기 전 후회가 없을 듯 하니 성공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무엇이 기준인가에 따라 성공도 실패도 다르게 보이는 걸 깨닫습니다.
이왕이면 성공까지 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에휴, 과욕이죠.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만 해도 어딥니까. 누군가를 먹여 살리기 위해 절박했다면 가져볼 수도 없었을 기회가 주어졌던 것에 감사합니다.
예술일기를 쓰고, 독서를 하면서 이런 성찰도 얻었습니다.
지금에야 뭐 깨달은 척 하지만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이었거든요.
실패를 잘 모르던 인간이라 계속 넘어지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잘하는 장르를 쓰라는 조언도 듣기 싫었습니다. 당신들이 나에 대해 뭘 아느냐, 쓰고 싶은 걸 써야 글도 잘 나오지, 하면서요.
남의 말을 따를 필요는 없지만 진지하게 숙고할 시간을 가졌어야 했습니다.
남의 조언도, 실패도 인정하지 않으니 계속 같은 선택을 내렸고, 실패했겠죠.
그게 다 내가 내린 선택이 실패할 리 없다는 '오만' 때문이었습니다.
부디 저처럼 하지 말고 다들 성공하십시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