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에서 쉽게 자신을 건지는 법

by 선홍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떤 기분이신가요?

'아, 또 지겨운 하루 시작이구나...' 인가요, '야, 또 하루 시작이구나!'인가요?


저는 영화판에서 기획 PD로 꽤 오래 일하다 시나리오작가가 되겠다고 호기롭게 회사를 그만뒀었지만,

11년 동안 쓴 시나리오들이 영화화되지 못했습니다.

혼자 쓸 때도 있고, 회사와 계약할 때도 있었죠.


한 작품을 쓰는데 1년은 기본, 3년씩이나 걸린 작품도 있었습니다.

그거 아시나요? 작품을 쓰는데 봄여름가을겨울을 보내다 보면 자식처럼 애착이 생깁니다.


온 애정으로 키우다 가망성 없음을 인정하고 떠나보내는 게 맞겠다는 결심을 하는 순간, 내 몸의 일부가 사라지는 것 같은 상실감이 몰려듭니다.

작품을 키우느라 개인적으로 쓴 시간과 돈, 사랑했던 마음까지 날아가버립니다.


'아냐 아냐, 니들이 뭘 볼 줄 몰라서 그래, 얘가 장점이 얼마나 많은데? 눈은 못생겨도 코는 오뚝하잖아?' 등등의 변명을 늘어놓으며 붙들고 있었던 시간들.


그런 시간들을 11년간 견디며 여덟 작품을 떠나보냈으며, 올해로 아홉 번째 작품입니다. 거의 매년 뜨거운 사랑과 가슴 아픈 이별을 겪는 셈이네요.

이런 상황에서 의기소침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내려놓고 싶어 질 텐데요.


글 쓰는 사람들은 본디 외톨이 팔자라 서로 유대도 강하지 않은 데다 저는 친구도 별로 없어 위로해 줄 사람도 찾기 힘듭니다.

게다가 곧 반백살, 갱년기 우울증이 멀리서 손짓을 시작하는군요.


이런 저도 건강한 멘털을 지키며 '야, 또 하루 시작이구나!'하고 기운차게 일어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다른 하나는 '예술일기'를 쓰기 때문입니다.


그림의 '그'자도 모르는 내가 유튜브, 책을 찾아보며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고, 그림 옆에 일기를 쓰면서 세상이 궁금해집니다.

나무를 그리다 보면 하나의 나무에 달린 잎들의 초록색이 제각각이었음을 알게 되고, 사람을 그리다 보면 비율이 좋은 사람이든 아니든 그 자체로 작품이 됩니다.


뻔한 것이 새롭게 보이고, 그 느낌을 예술일기에 적습니다. 쓸거리는 무궁무진하죠.


저에게는 예술일기가 저를 살리는 수단인 셈입니다. 이런 좋은 것이라면 나누고 싶습니다.

펜과 노트만 있으면 내가 나를 살릴 수 있는데 아무렴 어떻습니까. 한번 해보는 거죠


오늘도 카페 안의 풍경을 멍하니 그리고 있으니 명상이라도 한 듯 산만한 정신이 가라앉네요. 이제 간단한 일기를 써야겠어요.

Have a nice day!


비 내리는 오후의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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