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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May 27. 2024

시어머니의 촌스러운 가정식 <된장찌개>


기본을 지키기가 가장 어렵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일이 더 어렵습니다.


개야 말로 한국인의 소울이자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음식이죠. 너무 흔해서 오히려 요즘 밥상에 잘 안 올라오는.


이번 주말 시어머니는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와 경동시장에서 사 온 양념게장을 저녁밥상에 올려주셨습니다.

고물가시대라 그런지 요즘 핫해진 경동시장에서 사 온 양념게장은 저렴한 가격이지만 신선하고 맛있게 매웠습니다.


시어머니는 시판용 양념된장으로 찌개를  끓이시는데, 저도 같은 브랜드로 된장찌개를 끓이지만 어머님의 것처럼 맛있지가 않으니 당최 영문을 모르겠어요.

깔끔 떠는 저와 달리 손맛으로 주물럭주물럭 만드셔서 그럴까요?


고춧가루만 살짝 넣는다는 어머님의 비결은 비결이라고 말하기에도 무안할 정도인데요.

 

식후 디저트로 계절과일인 달디단 참외를 와그작와그작 맛있게 먹었죠.

갑자기 시어머니는 노인정에 물건 팔러 온 사람한테서 샀다는 공진단을 보여주셨어요. 겉에는 십만 원이라고 쓰여있지만 삼만 원의 할인된 가격에 샀다는, 진짜 원가가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생소한 회사의 제품이었죠.


몸에 좋다는 것에도 트렌드가 있잖아요. 요즘은 '천마'를 이용한 제품이 인기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어머님을 통해 노인분들 상대하는 건강보조제 시장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고는 있었어요.

먹는 것뿐인가요,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는 운동기구, 침대  등등, 서비스를 자꾸 제공해 자주 오시게 만든 다음,  뭐라도 하나 안 살 수 없게 만드는 놀랍고도 영악한 장삿속들.


믿으면 이뤄진다고, 원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쌀 그런 제품들을 먹고 건강해질 수도 있잖아요.


무조건 반대하지 않지만 대부분 옆집 할머니들이 가자고 해서 갔다가 자기 체질은 무시한 채 따라들 사시더라고요.

어머님~하고 불러주는 영업사원들이 반갑고 좋아서 가는 경우도 많대요.


자식보다 살가운 타인의 등장이라니 나쁘지 않습니다만, 상술에 너무 빠져 돈과 건강을 잃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안 아픈 사람이 없는 노인분들을 상대로 청산유수로 말을 지어내는 봉이 김선달 같은 사기꾼들이 많지 않길.


이참에 저도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드는 전어환'을 만들어 팔면 어떠냐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돌아오는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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