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이 지났는지도 몰랐습니다.
초, 중, 말복을 다 지키는 시어머니는 주말에 또 백숙을 만드셨네요.
요즘처럼 영양이 풍부한 시대에 그때마다 백숙과 닭죽까지 챙겨 먹는 것이 똥배만 키우는 일이 아닌가... 싶지만 입 밖으로 그런 말을 꺼내진 않습니다.
저도 눈치란게 있거든요.
대신 폭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불 앞에서 닭죽을 젓고 계셨을 수고로움에 감사함을 표합니다.
돌아가는 길에도 남은 닭과 닭죽을 팔이 떨어질 정도로 무겁게 챙겨주셨어요.
며칠 동안 계속 먹다 보면 물려서 입에서 닭비린내가 날 지경이 되지만,
얼얼하게 매운 음식이 마구 당길 정도가 되지만, 어머님이 안 계시면 못 먹게 될 귀한 음식이란 생각에 열심히 퍼먹습니다.
어머님의 닭죽은 찹쌀과 귀한 녹두를 많이 넣어서 찰지면서도 아주 고- 소합니다.
맛있게 끓이기가 진짜 어려운 음식이 죽 아니겠습니까.
8월 중순에 말복이 있는데요, 말복이 지나면 더위도 한발 물러간다고 합니다.
그날엔 닭요리가 아니더라도 입에 당기는 음식 아무거나 챙겨 먹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이왕이면 소중한 이와 함께 좋은 시간 보내시길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