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촌스러운 가정식 <여름엔 오이절임>

뜨겁고 매콤한 부대찌개를 또 먹었습니다.

이 핫함을 식혀줄 시원하고 차가운 오이절임을 시어머니가 담그셨네요.

여름엔 오이죠.

소금물에 담가둔 오이는 아삭아삭 짭조름하니 별것도 아닌 것이 매운 것과 먹을수록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

시간이 지나 오이가 쪼글쪼글해지면 식감이 쫄깃하게 변해요.

슥슥 잘라 물을 부어 먹어도 되고, 고춧가루 같은 양념으로 무쳐서 장아찌처럼 먹어도 되는 만능반찬이 됩니다.  

결혼 초기에 먹었을 때는 있으나마나한 존재 같은 맛의 오이절임이라 싸줘도 감사한 줄 몰랐죠.

이젠 오이절임이 여름의 맛으로 각인이 되었습니다.

시장에서 대용량으로 오이를 구매해 카트에 넣어 끌고 오셨을 어머님의 수고로움이 담긴 맛.

시어머니는 한주에 세 번 수영장에 가서 운동을 하시는데요, 할머니들이 빈손으로 오지 않는다고 해요.

누구는 올 때마다 보온병에 커피를, 누구는 감자샐러드 샌드위치, 요구르트, 가래떡 등등 아이템이 겹치지도 않게 싸 오신대요.

그저 나눠 먹으려는 마음 때문이죠.

한 바퀴 돌면 한 끼 식사가 완성될 지경입니다.

다들 무릎이 아프실 나이에 먹거리를 백팩에 넣어 오시는 정성들이 놀랍기만 합니다. 자식과 남편을 먹이던 정성이 주변으로 퍼져나가나 봐요.

어머님들의 마음이 각박한 세상에 한줄기 빛이 되어 우리를 살립니다.

그 감사함을 자꾸 잊기에 오늘도 글로 꾹꾹 눌러 담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