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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가족이 아프지 않은 것

by 선홍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엄마 나이쯤 되면 간단해진다. 바로 ‘불행하지 않은 것’. 그럼 불행이란 무엇이냐고 다시 묻겠지.

네 나이 땐 뭐 그랬어. 행복이란 꼭 찾아내야 할 무엇이었고, 없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그런데 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는 그런 것. 추상적인 개념이 명확해지기 시작한 건 가족 중 누가 아픈 일을 종종 겪게 된 이후였어.

일상이 그 순간부터 마비가 되고, 짜증 나고 피곤하기만 하던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더라.


어후, 피곤해, 하면서 침대에 누워 스마트 폰을 만지작대는 순간이나 별 반찬 없이 잘도 씹어 넘기던 식사시간까지 그리워진다니까. 입원한 가족의 병치레를 하는 것도 힘들지만 차도가 없으면 어떡하나 등등 별의별 부정적인 생각이 다 드는 게 문제야. 이 글을 쓰는 현재도 부모님이 아프셔서 걱정이 많잖니.

한마디로 가족이 아프면 불행, 아프지 않으면 행복이란 말씀.


비슷한 생각이 써진 책이 있어서 알려주고 싶어. 미국의 디지털 마케팅 회사의 CEO이자 SNS 인플루언서인 게리 바이너척의 저서 ‘부와 성공을 부르는 12가지 원칙’이란 책이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 사고로 죽거나 불치병에 걸린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괜찮다면 나도 괜찮다. 그것이 나에겐 가장 소중한 가치이다.’

행복이란 주제와 상관없긴 하지만 일맥상통하지 않니?

행복, 사랑, 꿈이니 하는 단어들이 주는 희망도 있지만 사실 부담감도 느껴지잖아. 꼭 행복해야 할 것 같고, 꿈이 없으면 큰일 날 것처럼 유난들 떨잖아. SNS를 보면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 같지 않니? 외제차, 해외여행, 명품가방이 행복과 연관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말이야.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행복(+)과 불행(-)을 더하면 0이 되는 제로썸 게임을 하고 있다고 봐. 부자는 +10와 -10을 더하면서 살고, 보통사람은 +5와 -5를 더하는 식으로. 나도 +10의 상태를 한번 겪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10이 되는 상황도 각오해야 할 거야. 가진 것이 큰 만큼 스트레스도 큰 법이니까.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드라마 ‘상속자’의 카피가 떠오르지?


그 개념이 대체 무엇인지 열심히 생각해볼 자격과 시간이 네게 펼쳐져 있어. 놀면서 생각도 하고, 개똥철학도 떠들어보고, 친구랑 설전도 벌이면서 청춘을 보내길 빌어. 취직만 생각하지 말고 말이야.

바늘구멍처럼 좁아진 구직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내 꿈이 뭔지, 행복이 뭔지 정의 내릴 시간도 없이 취직 공부만 한 후에 회사에 들어가니까 꼰대 상사나 불합리한 회사 시스템을 만나자마자 금방 실망하고 퇴사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엄마가 겪어본 회사는 ‘원래가 불합리한 곳’이라는 거거든. 그 부분에 대해선 다음에 얘기할게.

아무튼 가족들이 건강하면 행복이니 별일 없는 일상이 행복 아니겠어? 인정? NO인정?

추상적인 개념들이라도 너만의 구체적인 정의가 있으면 ‘파랑새’를 찾아 어렵게 고생할 필요가 없고, 남 따라가다가 피 볼 일도 없겠지.

그러니 부지런히 전시회도 가고, 영화 보고, 독서도 하면서 청춘의 시간들을 고민과 함께 보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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