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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촌스러운 가정식 <싱글은 고독사를 두려워해>

by 선홍
예술일기를 쓰다가


최근 시댁에 갔을 때 재미있는 물건을 하나 구경하게 됐습니다. 자전거벨을 떼 온 것처럼 생긴 조그마한 고것이 전선에 연결된 채 바닥에 누워 있었어요.


궁금해 쳐다보니 복지사가 와서 연결해 주고 갔다고 시어머니가 말씀해 주더군요. 위급시 누를 수 있는 일종의 생명벨이었던 겁니다.

혼자 사는 노인분이 갑자기 쓰러지면 옆에 핸드폰이 없을 시 위험천만할 수 있잖아요.


역시 자식보다 복지사입니다.


'독거노인'으로 분류될 때 나라에서 얼마나 잘 관리해 주는지 탄복하게 되는데요, 한주에 한번, 몇 분만이라도 들러 생사를 확인하고, 거동이 불편한 분은 연계해주시기도 하고, 전화 걸었을 때 연락되지 않으면 자식에게 바로 연락이 옵니다.

그럴 때마다 깜빡하고 핸드폰을 못 받은 시어머니의 행방을 복지사와 자식이 같이 쫓는 해프닝이 벌어지죠.


아직 싱글인 친구가 몇 명 있는데요, 그들의 공통적인 고민을 듣고 놀란적이 있어요.

바로 고독사에 관한 겁니다.

과연 기혼자인 저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입니다.

죽어서도 시댁식구들과 함께 가족묘에 묻힐지도 모를 숨막히는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니까요.

죽은 이후까지 고민해야 하나, 될 대로 되라의 심정이긴 합니다만.


싱글 친구 한 명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타운에서 다 같이 살면 어떨까, 너도 와라 - 난 왜 가능하다고 생각할까요?-,

다른 한 명은 네가 와서 날 처리해라 -내가 왜 자기보다 오래 살 거라고 생각할까요?- 는 등 제멋대로 떠들어댑니다.


요지는 혼자 사는 사람들은 예기치 못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노후는 (돈 문제는 해결 못하지만) 자식이 아니라 나라가 도와줄 겁니다.


시어머니의 경우를 보면 복지사가 문안인사뿐 아니라 명절이나 어버이날 선물, 김장 때 김치까지도 소소하지만 찾아와 전해주지요.

우리나라 좋은 나라,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 그러니 친구야, 애꿎은 나를 잡지 말고 국가를 믿어라. 앞으로 애완로봇, 간호로봇도 나올 텐데 무엇이 걱정이냐. 쓸데없는 고민할 시간에 대숲에 뜬 달을 바라보며 술이나 한잔 마시자꾸나...(친구는 술 못 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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