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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것이 우리를 쓸모 있게 만든다

by 선홍


죽을 때까지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과연 쓸모가 있어야 할까요?


같이 사냥해서 나누는 공동체적 원시시대에는 사유재산이 없었습니다. 몰래 살점 붙은 뼈다귀를 숨겨놨다가 들키면 뼈다귀로 두들겨 맞은 후 뺏겼겠죠.


농경사회가 된 후 잉여생산물이 생겼습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구하기 위해 서로 물물교환을 하다가 불편하니까 돈이란 게 발명됐고요.

중세 이후 무역이 발달해 상업 자본주의를 거쳐 산업혁명, 금융발전 등을 거치면서 자본주의는 계속 발전했지요.


이제는 사람의 가치까지 돈으로 측정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A.I와 비교당해 가치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요.


그 회사 연봉이 얼마냐 따져서 가장 비싼 값에 나를 아야 합니다.


주변의 뛰어난 친구들이 국내 최고 대기업에 입사한 후 금방 집사고 해서 부러워했는데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더라고요.

회사는 높은 연봉을 주는 만큼 부려먹었고, 이직하고 싶어도 그만큼 주는 회사가 없으니 참고 버티다가 정신병 걸리기 직전의 상태가 됐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적게 주고 좋은 스펙을 가진 사람의 쓸모를 따져 인력채용을 하죠.

개인의 입장에서는 내 능력에 비해 많이 주는 회사를 찾고 싶고요. 그런 회사를 찾으면 대박이긴 한데, 버티기 위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다 회사에서 잘리면 돈을 못 버니 별안간 쓸모없는 인간처럼 느껴집니다.


조그만 땅이라도 농사짓고 사는 사람은 노숙자가 안된다고 해요. 부자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먹고살 것을 해결할 힘이 있기 때문이겠죠.

오히려 조그만 회사, 가게라도 운영하다가 망한 사람이 노숙자가 된다고.


주변의 높은 기대를 맞추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분노, 쓸모없음을 자책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죽을 때까지 높은 기대를 맞추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살아야 쓸모가 있다면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쓸모가 중요하구나, 내 아이에게도 쓸모 있는 인간이 되라고 강요한다고 칩시다.

내가 나이 들어 쓸모없어졌을 때 자식이 "어머니, 때가 됐습니다. 산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고려장'을 권유할지도 모릅니다.


장자는 일찍이 '쓸모 있음'에 대한 경쟁에 경고를 했습니다.


소, 양, 닭 등 쓸모가 있는 동물만이 가축이 된다,

가축화된 인간이 피지배계급이 되고, 가축화체제를 유지하려는 인간이 지배계급이 된다,

그것이 문명과 국가의 기원이라고 합니다.


그 체제를 유지하는데 획일적인 교육제도와 회사가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너무 쓸모가 없어 인간에게 베이지 않은 덕에 거목이 된 나무에 대한 일화도 '무용'에 대한 장자의 철학을 보여주죠.


인재가 되지 않겠다! 는 격렬한 의지, 그것을 갖는 일은 남과의 비교문화가 심한 한국사회에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가족, 사회로부터 고립된 왕따가 될 각오를 해야 할 테니까요.


저도 20대 때 한때는 비범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고 세상에 부딪혔던 시절을 겪었지만 주변의 우려와 달리 망하지 않고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고 있죠.

비범했던 기상에 비해 실망스러운 결말일 수도 있겠으나 느꼈었던 점은 다들 이쪽으로 가야 한다는 길을 가지 않아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을 이룬 지금 아이들에게 가축화의 길을 가지 말라고 가르치기는 쉽지 않네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혼자 걸을 때 느꼈었던 두려움을 아이가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니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 자식에겐 독이 될 수도 있겠어요. 부모님 걱정대로 살면 안중근 의사도 부처님도 존재할 수 없었겠죠.


쓸모없는 일들,

예를 들어 덕질, 산책, 브런치에 글쓰기, 그림 그리기 같은 예술행위, 코미디 등 무용해 보일수록 자존감을 채워주고 우릴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심지어 소중한 돈과 시간을 갖다 바치기까지 하죠.


그러니 브런치에 계속 글을 씁시다.

작가님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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