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여행 2023 (2)
30대 때에는 여행, 회사출장 등의 이유로 먼 나라로 떠날 일이 많았다. 그래서 인천공항 가는 것도, 장거리 비행하는 것도 지겨웠던 때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안 가고, 못 가게 되니 여행의 좋은 점도 잊혀갔다. 귀차니스트 인 점도 한 몫해 점점 안주하는 게 편하고 좋았다.
귀찮으면 패키지여행을 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첫 해외여행이자 유럽여행을 엄마와 배낭 메고 무작정 떠난 인간이기에 '해외여행= 자유여행'이라는 개념이 박혀있었다. 그 시절 스마트폰은 무슨, 여행안내책 한 권 달랑 들고 떠났었는데.
단체생활 알레르기가 있어 개고생을 해도 자유여행이다! 이건 내 자존심 하고도 연결된 문제였다. 아무도 묻고 따지지도 않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지만, 나란 인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고생하는 맛이 여행이었고, 지나고 추억해 보면 고생한 기억만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었다.
용량이 많지 않은 뇌라 웬만한 건 다 지워버리고 강렬한 것만 남겨두는 모양이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유튜브 정보검색하고, 구글지도 보면서 길을 찾아가는 시대라니, 영화에서나 보던 첨단 미래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장난감 다루듯 하는 20대들은 손가락으로 몇 번 톡톡하면 여행 준비 끝이다. 옛날 사람인 나는 옆 나라를 가도 몇 개월 전에 항공, 숙소 예약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에 비해 딸은 친구들과 해외여행 간대 놓고 여행날짜가 거의 다가오는데도 숙소 예약을 안 하더라. 숙소, 항공 관련 앱이 많아 극성수기가 아니면 얼마든지 예약할 수 있었다. 몇 개월 전에 예약한다고 해서 금액적으로 큰 이득도 없었고.
오랜만의 일본 여행 준비를 앞두고 '라떼'와 달라진 여행풍토에 당황했다.
과거엔 자유여행이라고 해도 여행사를 찾아가서 항공, 숙소 예약을 받았다. 전문가가 쓴 책이나 여행사의 도움이 없으면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자유여행을 오랜 세월 해왔다는 자신감, 여행의 첨단 시대를 맞은 희열에 들떠 일본 여행 따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장 뭘로 예약하지? 네이버나 다음인가? 항공사 홈페이지? 아님 앱으로? 당황하는 사이 딸은 모든 것을 앱으로 해결했다.
항공은 이 앱, 숙소는 저 앱으로, 이 앱이 저 앱보다 정보가 더 많고, 이 앱으로 하면 예약 취소가 쉽지 않다는 등 정보가 쏟아져 눈이 팽팽 돌았다.
넌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거냐? 딸은 손가락으로 몇 번 툭툭하면 되는 걸 뭘, 하는 시선으로 날 쳐다봤다.
딸의 시선에 20대 때의 내가 엄마를 바라보던 시선이 담겨있었다. 왜 모르지? 하는.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흐른 모양이다.
딸과 함께 앱으로 숙소와 항공 가격비교를 하다가 멀미가 날 것 같을 때쯤 예약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숙소는 어떤 컨디션을 고르냐에 따라 몇 십만 원 차이가 나니까 더 나은 곳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찾는 재미(?)에 빠져 한참을 들여다봤다.
숙소와 항공 예약만 하면 여행 준비는 사실 끝이다. 이제 할 일은 디테일 싸움, 정보 검색인 것이다.
유튜브로 '도쿄여행' 관련한 웬만한 영상은 다 볼 작정이었다. 이게 분량조절이 중요한 게, 너무 많이 보면 여행의 즉흥성이 떨어져 맛이 안 느껴진다. 안 가느니만 못하면 안 되니께.
아, 그전에 일본 여행 관련 책도 하나 사야겠다. 옛날 사람답게. 딸은 스마트폰에 정보가 다 있는데 왜 책을 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애들은 가라, 책으로 개론, 목차, 지도, 간략한 역사를 대충 머릿속에 넣고 떠나야 도시가 선으로 그려지지,
유튜브만 보면 여기가 좋아요, 저기가 맛있어요! 하고 점찍듯이 도시를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 나중에 선으로 연결된 기억은 흔적이라도 남지만 점은 사라지고 남지 않았다.
뭐, 나도 점점 책을 안 보고 떠나게 되었지만 말이다.
결국 나는 혼자 여행서적을 사러 교보문고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