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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라 공항에 도착했을 때가 제일 어렵다

- 도쿄여행 2023 (3)

by 선홍


여행은 기초를 잘 꿰면 그런대로 잘 흘러간다.

내가 탈 항공사의 비행기가 김포공항이냐 인천공향이냐부터 체크하고, 항공사 부스가 어디냐부터 잘 찾아가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물론 여권부터 잘 챙겨야겠지만.


딸과 함께 무사히 출발시간 3시간 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저가항공이라 그런지 부스는 멀었고, 공항의 은행에서 미리 예약해 둔 돈을 환전해 오고, 무인으로 트렁크를 부치는 일이 낯설어 버벅거렸다.


출국장에 들어서 모든 수속을 끝낸 후 맛보는 면세점 쇼핑이 30년 전에는 얼마나 짜릿했었는지 모른다.

면세점이 아니면 비싼 외제물건을 살 수 있는 창구가 별로 없었으니까. 엄마는 출국 전 백화점 면세점 같은 곳에 가서 미리 화장품을 구매해 놓고 공항에서 픽업하는 일에 목숨을 걸었다.


그 시절 해외 나가면 일명 '갈색병'이라고 불리는 화장품을 꼭 사고, 선물로 나눠줄 4,5개 들이 명품 립스틱을 꼭 사야 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마시라. 트렌드에 뭔 이유가 있나.


요즘엔 온라인쇼핑 때문에 면세점 쇼핑의 메리트가 줄어들어 재미가 없어졌다. 비싼 '갈색병'보다 '올리브영'에 싸고 좋은 게 더 많으니깐.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들도 면세점보다 '올영', '다이소'쇼핑을 하러 간다고 들었다. 세상이 참 많이 달라졌다.


쇼핑하는데 시간을 거의 안 쓰니 남는 시간, 이제는 커피 한잔과 함께 보내게 되었다. 대기 중인 비행기를 보면서 마시는 아메리카노의 맛,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순간!


똑같은 체인점 커피가 출국 전에 마시면 그렇게 깊은 맛을 풍길 수가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 말고, 꼭 외국으로 출국하기 전이어야 한다. 여행에 대한 설렘이 휘핑크림처럼 얹어져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커피맛을 본 후 비행기를 타고 두둥실 구름쇼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일본이었다. 딸이 'visit japan'앱으로 정보 등록하면 입국심사가 빨리 끝난다고 해서 '어, 그래 그래.' 얼른 시키는 대로 했다.

시키는 대로 하니 편하구먼.

엄마 모시고 다닐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호사다.


여행할 때 가장 긴장하는 순간은 남의 나라 공항에 막 떨어졌을 때다.

동서남북 어디로 가서 공항철도나 지하철 티켓을 사냔 말이지. 유튜브로 본 것 같은 기억을 쥐어짜고, 눈치와 코치를 동원해 도쿄 시내로 실어다 줄 '스카이라이너' 부스를 찾아내 티켓을 샀다.

외국에 나가면 모든 사람이 민간 외교관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아리가또 고자이마쓰'를 연발하며 고개를 숙이느라 두배로 피곤했다.


어디서 스카이라이너를 탑승해야 하는지 대충 확인한 후에야 남은 시간 동안 공항 내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넓고, 쾌적하고, '평범한' 맛을 자랑하는 식당들 중 한 곳을 골라 '치킨 가라아케' 같은 걸 우겨놓고 나니 정신이 좀 들었다. 그래도 남의 나라 온 실감은 들지 않는다.

공항에 있으면 투명한 통에 담겨 이곳에서 저곳으로 던져진 느낌만 들뿐.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우에노역'까지 가는데 4,50분, 거기서 끝이 아니라 지하철 'JR야마노테선'으로 환승해서 긴자역까지 가면 도착! 그렇게 가는데 채 1시간이 안 걸린다고 한다. , 그래 그래.


스카이라이너를 무사히 타기만 하면 긴자에 있는 숙소까지 가는 일은 거의 다 해냈다고 보면 된다.

남은 중요한 임무는 비지땀을 흘리며 무거운 트렁크를 끈 채 복잡하기로 유명한 일본 지하털을 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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