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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시러족이 또 떠나는 이유

- 도쿄여행 2023 (1)

by 선홍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두 부류다.


여행 떠나기 전 계획 짜는 게 너무 즐거워서 여행을 가는 사람과 계획 짜는 게 너무 귀찮아서 여행도 귀찮은데 막상 가면 잘 노는 부류.

나는 후자에 속한다. 여행이라니, 너무 귀찮잖아!

가까운 사람 중에 가자, 가자! 하는 사람이 있어야 무거운 엉덩이를 한번 옮겨볼까 말까 생각하게 되는데.


오랫동안 엄마가 내 부스터가 되어 둘이 낯선 나라로 떠나곤 했었다. 그러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인간관계도 좁은 내게 더 이상 그런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하니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무슨 바통터치라도 하듯 생각지도 못했던 딸이 새로운 부스터로 등장했는데.


아시아에 관심 많은 -특히 일본, 중국- 대학생 딸은 방학을 맞아 여행을 떠나고 싶어 했다. 문제는 애니메이션 덕후인 딸과 같은 코스로 가고 싶은 친구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때 다른 분야의 덕후인 내가 딸의 눈에 띄었던 것이렸다.


때는 친정엄마의 첫 번째 제사를 지낸 해였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울적하고 의욕도 없던 시기였다.

엄마와 둘이 한창 해외여행을 다녔을 때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없던 시기라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면서 싸우고도 즐거웠다. 한국으로 돌아와 시간이 흐를수록 추억은 묵은 된장처럼 깊어졌다.

다시는 같이 가나 봐라! 해놓고도 만나면 여행 다녔었던 추억을 더듬었다. 이제는 그런 엄마가 세상에 안 계시는구나.....


울적한 마음을 드로잉과 다꾸, 중국드라마 - 편당 50화, 70화 넘는 것도 있어 딴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다- 와 걷기로 달랬다.

드로잉을 즐기니 자연스럽게 일본의 유명 문구점 '이토야'와 '츠타야 서점'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그 타이밍에 딸이 같이 일본 여행 가자는 제안을 하니 '그럴까?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게 되었다.


그리하여 또다시 골골거리는 체력으로 떠날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귀찮아도 막상 가면 즐겁지 않을까 상상하면서. 결과적으로 그 타이밍에 일본여행을 간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아주 아주, 극악스럽게 더운 도쿄의 여름이었다는 점이었다.


아사쿠사 센소지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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