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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와 직장인의 차이점

by 선홍

어느덧.

엄마는 직장생활, 프리랜서 생활도 해본지가 각각 10년이 넘었어. 세월 참 빠르다, 그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시대이니 특정 직업군을 빼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인과 프리랜서를 오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광화문 쪽에 갈 때마다 점심시간에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을 보면 새삼 놀라게 돼. 오후 12시가 가까워지면 바닷속을 무리 지어 다니는 물고기 떼처럼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이 먹을 장소들을 가득 메우다가 오후 1시쯤 되자 일제히 한산해지는 풍경은 참 볼수록 장관이지.

먹고살자고 고생하는 거 아니겠어? 점심 메뉴를 정하는 일이 직장 다닐 땐 왜 그리 중요했던지 말이야.

충무로에 있는 회사를 다닐 때는 노포 맛집이 많아 참 좋았어. 겨울엔 푹 익은 김치찌개를 파는 식당에 스팸을 사 가서 넣어 끓여달라고 했고, 여름엔 상큼하고 시원한 초계탕 집, ‘필동면옥’ 같은 평양냉면에 중독되어 자주 다녔었어.

매일 반찬이 바뀌는 백반집의 분홍 소시지 부침, 스트레스가 쌓이면 직원들과 택시까지 타고 ‘서린낙지’에 가서 눈물 나게 매운 낙지를 먹었어. 지금도 그 음식들을 먹을 때마다 시절이 떠올라. 쓰읍, 침이 흐른다. 이건 뭐 일하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오로지 먹기 위해 일했던 것 같네, 쩝.

같이 고생한 동료들과 맛있는 걸 먹으며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토해내던 순간, 투박하지만 신선한 해물을 내놓던 노포 집에서 소주를 기울이는 순간들은 참 좋은 추억으로 남았어.


프리랜서가 되면 당연하게도 혼자다. 눈을 뜨자마자 모든 시간을 경영하는 CEO이자 업무를 처리하는 직장인 역할까지 혼자 다 해야 해. 때로는 강제성 있는 회사의 출퇴근 시간이 그리워질 정도로 부담스러워. 직장인은 회의 시간, 점심시간, 외부 미팅까지 스스로 정하는 것보단 외부 요소에 의해 정신없이 돌아가는 게 더 많잖아. 삶의 주체가 아닌, 끌려 다니느라 더럽게 피곤한 그 기분.


그 기분을 알면서도 때로는 남이 좀 정해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오늘 아침은 몇 시에 눈 뜰 지부터 시작해서 어디 가서 일할지, 상대와 계약을 하는 게 좋을지 말지, 친구랑 오늘 만날지 내일 만날지, 몇 시에 만나는 게 좋을지, 끼니는 어디서 무엇을 먹을지 등등 혼자 결정해야 할 일들이 많아. 선택 장애가 있다면 선택하는 일 만으로도 하루가 피곤하겠지?

그래서 그런지 자유로운 것보다 오히려 더 규칙적으로 살게 돼. 오늘 하루 흐트러지면 내일, 모레, 1년이 흐트러질 수가 있기에 더 긴장하고 시간을 쓰게 되더라.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이 겪게 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패턴이 잡히게 돼.


문제는 프리랜서는 월급이 없기에 ‘프리’는 커녕, 농사짓는 농부처럼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는 점이야. 시간 운용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남들 일하는 시간대에 카페 가서 일할 수도 있고, 한적한 평일에 혼자 여행도 갈 수 있어 얼마나 좋겠냐고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잘은 모르지만 그렇게 팔자 좋은 프리랜서는 얼마 없을 것 같다. 언제 성사될지 모를 계약을 따내기 위해 매일 부지런히 일해 두지 않으면 기회가 오지 않거든. 기회가 오지 않으면 한해 노력한 것이 그냥 날아가 버려. 직장인처럼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당연히 돈이 들어오는 삶이 아니란 얘기.


직장 다닐 땐 땡땡이를 치고, 휴일, 여름휴가에 목숨을 걸었는데 프리랜서가 된 이후엔 그것조차 내가 정해야 해서 오히려 더 일만 하게 돼. 아이러니하게도 ‘워라벨’이 프리랜서에게 더 중요한 덕목인 것 같으니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지?

이런저런 고충에도 불과하고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걸 보면 엄마에겐 프리랜서 생활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매일 출퇴근 ‘지옥철’에 시달리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하며 살고 있어.


미래에 대한 불안은 직장 다닐 때도 많았고, 많이 버는 만큼 많이 쓰게 되어 모아둔 돈도 별로 없더라. 프리랜서가 맞을지 직장인이 될지 고민하는 것보단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 뭔지, 왜 그 일이 하고 싶은 지부터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겠지. 어떤 일을 선택하든 생각보다 나쁘지도 좋지도 않으니 지속 가능한 일을 찾고, ‘JUST GO' 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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