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말해봐, 네가 갈 대학을 알려줄게

- 고등학교 시기

by 선홍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이 건동홍숙~’


이것은 사이비 종교단체의 주문이 아니다. 고3 수험생과 학부모라면 지겹도록 들어봤을 것인데, 대학 이름의 앞 글자만 따서 서열화한 것이다. ‘태정태세문단세...’까지 밖에 못 외우는 나는 그것조차 헷갈리곤 했다. 특히 ‘중경외시이(이화여대)’인지 ‘이(이화여대)중경외시이’인지 기준들이 달라 더 헷갈렸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가 첫 번째 묶음이고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가 두 번째 묶음인 식인데, 조금이라도 더 상위의 묶음으로 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곳이 입시판이었다. 명확한 서열화에 감탄을 금치 못할 지경이었는데.


사회생활해보면 안다. 눈치 없고 일머리 없는 서울대 생보단 빠릿빠릿하고 인간관계도 좋은 타 대학 출신이 더 회사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을. 하지만 취업 문턱이 콧구멍처럼 좁아지는 현실에서 문턱이라도 넘기 위한 경쟁 때문에 대학 레벨이라도 더 높이려고 분투하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대학을 다녀도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강의를 하는 데다 학교 행사도 못해 소속감을 못 느껴서 그런지 한 학기 휴학 후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반수, 재수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들었다. ‘그게 뭐라고...’ 한숨을 쉬면서도 우리 애가 어느 묶음에 속하는지 내심 알고 싶었고, 솔직히 말해 앞쪽으로 갈수록 마음 편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알다시피 학교뿐 아니라 학과에도 서열화가 있기에 우리 때에도 점수 높은 과를 가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었는데, 점수 높은 과라는 의미는 취직이 잘 될 거라 기대되는 과란 뜻이겠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요즘 문과는 무조건 경영, 경제학과, 이과는 의대, 치대, 약대 같은 계열의 점수가 가장 높아 안정된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 모두가 의사 되고 싶은 생각이 들다니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는 SKY와 그 외 대학으로 나뉘었다면 요즘엔 의대와 그 외 대학으로 나뉜다고 할 만큼 의대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지방대학의 의대가 서울대 점수와 비슷한 것도 신기했고, 의대에 가기 위해 3수, 4수, 5수를 했으며 지방 의대에 어렵게 들어가도 나중에 개업의를 하는 등의 변수에 대비해 서울에 있는 의대로 가기 위한 수능에 또다시 도전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말만 들어도 어질어질하다.


청춘을 학업 스트레스로 하얗게 지새우다 보니 드라마 ‘내과 박원장’처럼 머리가 벗겨질 수밖에. 박원장은 삼수해서 의대에 들어간 후 유급까지 해 7년을 보냈고, 인턴, 레지던트 5년, 군의관을 대략 3년 정도 했으며 펠로우 기간 4년까지 하면... 거의 20년의 세월을 개업의가 되기 전까지 보낸 셈이었다. 개업의가 된 후 그제야 진짜 의사가 된 셈인데, 빚만 늘고 환자가 너무 없어 매일 마포대교로 뛰어가고 싶은 인물이다.


만일 성적이 되어 우리 아이도 의대 가고 싶다고 하면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1번, 의대라니, 너무 자랑스럽다 얘! 2번, 왜 의사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봤어? 3번, 하고 싶은 일이 진짜 맞니?... 부모가 할 질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학벌보단 자식이 견뎌내야 할 세월을 먼저 떠올렸을 때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불안한 ‘바보엄마’는 그저 공중부양을 하려는 해리포터처럼 서열화의 주문을 웅얼거리며 지원할 대학을 찾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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