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자연일기

여려도 여린 것이 아니다

by slow snail

3월 16일의 나무와 3월 23일의 나무다.

딱 일주일의 변화다.


이렇게 새 순이 올라오면서 나무 끝이 회갈색에서 연노랑의 기미를 보일 무렵이면 내 가슴이 뛴다.

변화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새순의 변화는 아침저녁이 다르고,

비 오는 날과 해 있는 날의 느낌이 다르지만

매년 이 무렵의 내 마음이 간질간질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주로 운전해서 다니는 길의 주 가로수종인 느티나무는 화려운 꽃은 커녕 꽃이라 할 만한 어떤 모양도 없지만,

어떤 식물보다 찬란한 봄을 선사해 준다.


오늘은 비가 시원하게 내린다.

시원스러운 비다.

비가 내리니 좋은 것은 나만은 아닌 것 같다.

연초록의 나무는 생기를 머금고,

톡톡 떨어뜨리는 물방울에 그 싱그러움도 실어 내는 것 같다.


저 가지 끝에 새순이 나올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꽃샘추위, 한겨울에도 입지 않던 내의를 꺼내 입게 할 만큼 쌀쌀맞은 추위로 몸과 마음을 움츠려 들게 한다.


그 추위를 맨 몸으로 인내하며 한 번 밀어낸 그 순은 한치의 후퇴도 없이 소리 없이 견뎌낸다.

그 차갑도록 쌀쌀맞은 공기를 한마디 말도 없이 견뎌내며 차가운 공기 한 움큼, 변덕스러운 3월 햇살 한 자락을 모아 제 몸을 초록으로 초록으로 만들어 간다.


경이롭고,

경외롭다.


갓난아기 같던 잎이 일주일 동안 보인 변화는

내 아이를 생각나게 한다.


아침마다 자기 삶의 발을 내 딛는 그 길이 염려스러워,

랩 가사처럼 이건 이러고, 저건 저러고, 이건 하고, 저건 하지 말고~~를 외쳐대는 내 모습이 기우였음을 알아챈다.

존재로서의 그 가치는

이미 충분한 힘이 있음을!!!

오늘 너 3월의 느티나무의 가지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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