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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snail Sep 07. 2023

사람 일이 맘대로 돼?

맘대로 하려고 끝까지 붙들어는 봐야죠!


중3 엄마가 맞는지 모르겠다.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해야 될 일은 수행해 내는 아이의 엄마다.

그래서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신경을 써 줄 일을 못 찾았다.

특목고나 전기고에 진학하지 않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희망고를 지원하고 낙찰되는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책 좀 읽지~'

'영상 좀 그만 보자~'

정도의 이야기는 던지듯 하지만 공부하라고 누르지는 않는다. 

나의 중학생활을 떠올려 보건대 저 아이만큼도 못했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서너 시간 무용을 하고 와서 할 일이 있으면 천근 같은 몸을 이끌고서라도 할 분량만큼은 끝내는 아이가

기특하다. 

아무리 내가 엄마이지만 인내하고 묵묵히 하는 것에는 외려 배우는 입장이다. 


고입을 앞두고 무용전공과 일반고를 두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두 길을 모두 열어 두기로 했다. 

'예체능 전공은 돈 많이 들어간다'는 말도 옛말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기본 학원비와 한 번씩 들어가는 뭉텅이 돈, 그리고 졸업 후 진로를 생각해 보았다. 

두려운 일이다. 

현재 무용도 공부도 딱 중간, 이것을 해도 저것을 해도 잘해 낼 수 있는 아이다. 


아이는 '선택'해야 하는 이 시기를 앞두고 나름대로 고민이 많다. 

이 길을 선택했을 때의 길과, 저 길을 선택했을 때의 길을 중3의 경험치로 그려본다. 


특목고, 예고를 빼고 현재 전기고에 원서를 넣을 수 있는 시기다. 

또 '선택'앞에 선 아이는 생각이 많다. 전기고에 해당하는 학교에 갈지 후기고로 갈지.

전기고가 꼭 좋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내신을 획득하기 쉬운 학교로 알려져 있다. 

전체적인 면학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내신을 좀 수월하게 받는 반면 학습태도나 학습량이 쉬이 낮아질 수 있다. 


걱정이 많고 생각이 많아진다. 

저의 인생을 고민하는 모습이 이쁘다.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만 있으니, 엄마는 태평하다고 한다. 

타 중3 엄마들은 난리라며, 나의 태도를 무관심함으로 돌린다. 


평범하게 살아온 나는 잘 모르겠다. 

특목고처럼 명확한 분류 외에 어떤 고등학교냐보다,

집 가깝고, 좋은 친구 1명 정도 둘 수 있고, 

통학하기 가까운 곳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딜 가든 우리나라는 국영수사과 시험성적만 잘 나오면 대입은 순조롭기 때문이다. 


추첨식의 배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사람 일이 맘대로 돼?"                      -불량한 자전거 여행 중 -



중년의 내 삶을 돌아봐도,

아이와 함께 읽어가고 있는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주인공 11살 호진이의 이야기를 읽어봐도

산다는 것은 대부분 알 수 없는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는 일이다. 


마음이 조금이라도 끌리는 길을 따라

자박자박 걸어가는 일.


이분법으로 구분되고, 

'선택'이라는 갈림길 앞에서 고민하며 불안한 미래로 생각이 많은 아이야.


불혹이라는 중년이 된 엄마도

여전히 '선택'이라는 갈림길 앞에서 불안하지만


조금씩 명확해지는 것이 있다면,

사람 일이 맘대로 되지는 않지만, 

내가 살아낸 시간만큼의 보상은 주어진다는 거야.


혹여 갈림길에서 잘못 들더라도 결국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우회하는 길을 찾아낸다는 것.


매일매일 하나님이 주신 선물 같은 하루를

나름의 성실함으로 채우는 것, 그것이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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