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자리였을 법한데 헐어내고 텃밭으로 가꾸는 모양새입니다. 제법 큰 땅에 추석을 앞둔 가을이 영글어 갑니다.
골목을 경계로 쳐진 초록 철망너머로 팥덩굴이 뭉게뭉게 넘어오고, 덥수룩한 고구마 덩굴로 뒤덮여도 잘 타진 고랑이 한눈에 보입니다.
작물 위에 더해진 비가 흙냄새와 섞여 들숨에 들어옵니다.
시간 절약과 두 손에 가해지는 가방 무게를 핑계로 짧은 길도 차를 이용하곤 했는데, 조금 힘을 내어 두 발로 걸으니 생각지도 못한 기쁨들이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도시 속 작은 밭 너머의 끝자락엔 철망을 경계로 진짜 아무 손도 타지 않은 손바닥만 한 공터가 나옵니다. 공터라고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덩굴식물들이 엉키고 설켜 초록 더미를 이루고 있습니다. 신선한 원두에 뜨거운 첫 물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 뜸을 들이면 살살 부불어 오르는 모습처럼 초록의 덩굴더미가 부풀어져 있습니다.
그 한가운데 별처럼 예쁜 꽃송이들 군데군데 있습니다.
낮에 뜬 별입니다. 나팔꽃이나 메꽃 종류인듯한데 손톱만 한 빨강의 꽃입니다. 요 앙증맞은 빨강의 이름은 무엇일까? 누가 이곳에 꽃을 심었을까? 바람에 날려온 씨앗이었을까?
낯선 빨강의 꽃은 아마도 근자에 키우기 시작한 해외 화초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공터에 자라고 있지만 눈에 익지 않은 꽃이기 때문입니다.
도서관 걸어가는 길이지만, 빨강별꽃을 찾아볼 생각이 없습니다.
요즘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AI를 자주 이용합니다. 궁금한 것을 넘어 개략을 짤 때도 AI에게 도움을 받습니다. AI가 거시적 도구를 제시해 주면 그것을 토대로 개인의 미시적 안목이 더해지는 구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