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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snail Sep 19. 2023

그림책 함께 읽는 방법

그림책 이야기 나누며 읽기

존 클라센 작가의 [모자를 보았어]  그림책입니다.


묘한 하늘 빛깔 아래 거북이 두 마리가 하얀 모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습니다.


두 마리는 '우리'입니다.


모자는 하나이고요,


제목은 "모자를 보았어"입니다.




[뒷말 잇기 & 내용 추측하기]

아이들과 그림책 한 권 을 읽고 나눌 때 표지를 보고 충분히 이야기를 나눕니다.

단순한 그림 표지지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부터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거북이 두 마리가 있어요~
모자가 한 개예요~
모자가 흰색이에요.
주워서 쓸 거 같아요.
육지 거북이예요, 근데 거북이 꼬리가 없어요~
야~, 원래 거북이 꼬리 없어~!
아니야~ 거북이 꼬리 있어~
궁금해요, 빨리 읽어 주세요.

아이들의 호기심이 표지의 분홍빛처럼 살짝 무르익어 가기 시작합니다.


제목을 읽고, 작가의 이름을 읽고,

외국어로 된 그림책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해 준 옮긴이의 수고를 생각하며 옮긴이의 이름도 읽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해외 책을 발굴하여 출해 준 출판사의 수고도 잊으면 안 되기에 한 번 읊퍼줍니다.


저, 저 출판사 알아요~

책이 편만한 세상입니다.

대형도서관을 비롯하여 골목 곳곳마다 파고든 작은 도서관까지 아이들을 위한 독서공간이 잘 꾸며져 있는 나라입니다. 행복한 나라입니다.


아이들의 "알아요~"라는 말은 본 적이 있다는 뜻입니다.

어른들도 그렇습니다. 본 것과 아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지만, 한 번 본 것은 아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혹여, 먼저 읽어 본 아이들이 있다면 옆에 있는 친구들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도록 내용 공개를 하지 않는 배려를 실천합니다.


[그림책 읽기]


그림책을  읽습니다.

두 마리 거북이는 하나의 모자를 발견합니다.

나에게도 잘 어울리고 너에게도 잘 어울리는 모자를

누구 하나만 가지게 되면 한 마리의 마음이 좋지 않겠지요?

어느 거북이의 의견에 따라 모자를 그냥 두고 지나쳐 갑니다.


사막의 해 질 녘은 아름답습니다.

지는 해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한 마리와,

두고 온 모자를 잊지 못하는 한 마리는 아름다운 지는 해를 눈앞에 두고도 온전한 마음으로 해의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합니다.


주위가 사위고, 스르르 눈을 감고 잠이 드는 한 마리의 거북이와,

한 마리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슬금슬금 두고 온 모자로 되돌아가는 거북이가 있습니다.


배신이다~!!
나쁘다!

아이들이 술렁거립니다.

사실 모자가 거북이에게 썩 잘 어울리지가 않습니다.

모자는 크고, 거북이 머리는 작아서 오히려 모자를 쓰면 거북이가 걸어 다니기에 불편하기까지 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욕망도 이와 다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눈에 혹해서 앞을 가리는 것일지라도 꼭 가지고 마는 그런 것들이 많습니다.


"크크, 이상해요~ 한 개도 안 어울려요"
"앞이 안 보여서 걸어 다니지도 못하겠어요."
"차라리 등에다 얹는 게 나을 거 같아요."


그럼에도 한 마리 거북이는  아이들이 말하는 "배신"까지 해 가면서 한 마리 몰래 모자 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가면서 잠든 한 마리와 대화를 합니다.

"잠이 솔솔 오니?"

"잠이 솔솔 와."

"깊이 잠이 들었니?"

"깊이 잠이 들었어. 꿈을 꾸고 있어."

"무슨 꿈을 꾸고 있니?"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이야기해 줄게.

꿈속에서 내게 모자가 있어.

내게 어울리는 모자가 있어.

너도 거기 있어.

너에게도 모자가 있어."

"나도 거기 있다고?"


모자 쪽으로 가던 거북이가 걸음을 멈추고 되돌아봅니다.

잠을 자고 있던 거북이라고 모자가 마음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한 마리 거북이와의 관계를 위해 과감히 모자를 지나쳐왔던 모양입니다.


[내용 상상하며 나에게 적용해 보기]


친구들 말처럼 배신하려던 거북이는 어떻게 했을까요?

책 속 이야기는 모자로 향하던 거북이 발길을 돌려 깊이 잠든 거북에게로 돌아와 얼굴을 마주 보고 꿈속으로 들어가 함께 어울리는 모자를 쓰고 밤하늘을 유영하는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다양하게 이어집니다.

모자를 가져와서 한 번씩 교대로 쓰면 돼요~
가서 모자를 모래로 파묻어 버려요.
흙을 꽁꽁 뭉쳐 모자 틀을 만들어 모자 한 개를 더 만들어요~


눈앞의 유혹을 아예 없이 하기 위해 파묻어 버리기.

갖고 싶은 건 끝까지 갖기 위해 여러 방법 구사하기, 등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다양한 방법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럼에도 거북이가 배신을 하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는 마무리가 편안합니다.


아이들의 삶 속에도 이야기 속 모자 같은  것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눈을 가려서 그다지 소용이 없지만, 너무 갖고 싶은 것! 그게 무얼까를 나누었습니다.

스마트폰~
옷을 즐겨 사는 친구는 옷이라고 말하기도 하네요.
인스타 활동을 하는 친구가 있는지 인스타가 그런 존재라고도 합니다.

근데 진짜 궁금한 건 저 두 마리의 관계입니다~

'무슨 관계였을까요?'

엄마와 아들, 부부, 사랑하는 사이, 형제자매...


아이들의 생각이 재미있습니다.

터울이 많은 형제를 둔 친구는 형이 뭐든 잘 양보해 줘서 형제사이일 거다 말하는 반면, 연년생인 친구는 절대 형제자매는 아닐 것이다. 형제자매라면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현실 형제자매의 모습을 말해 한 바탕 웃기도 했습니다.


작가마다 그림도 다른 다양한 그림책의 세계,

단순해 보이지만  앉아서 이야기 나누며 읽으면 이렇게 풍성합니다.


그래서 '그림책은 0~100세까지 읽는 책'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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