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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snail Sep 25. 2023

문장과 삶이 만날 때

문장을 만나 삶을 들여다 볼때 문장의 힘이 미치는 영역을 문장권 명명한다

개를 기른 것은 그의 아내가 죽은 뒤부터라고 영감은 대답했다. 그는 꽤 늦게 결혼했더랬다. 젊었을 적에는 연극을 하고 싶어 했다. 군대에 있었을 때는 군인극 보드빌에 출연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철도국에 근무하게 되었는데, 그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약간의 연금을 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내와의 관계가 그리 행복하지는 못했으나, 대체로 보아 아내에게 길이 들었던 편이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는 매우 외로움을 느꼈다.
- 이방인 중에서 -

주인공 아파트 이웃에 사는  살라마노 영감에 대한 뫼르소의 설명이다.

 영감의 삶을 설명하는 글을 읽으면 그럭저럭 살아지는 것이 인생이라는 느낌이 온다. 사는 것에 길이 든다. 길이 드는 것은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어린 왕자에서 익숙해진다는 것은 친구가 된다는 것의 또 다른 말이 아니었는가. 익숙해져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익숙해져서 무심해지기도 한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익숙함이 빠져버린 공백은 꽤 큰 영향력이 있다.


익숙함은 사랑일까, 습관일까?

길이 드는 과정은 저항을 동반한다.

저항을 넘어서야 그제야 길이 든다.

새 차면 엔진을 길들이기 위해 장거리를  한 번 달려줘야 한다.

조심스럽고, 설렌다.


사람과 길이 드는 과정도 조심스럽고 설렌다.


조심스러움과 설렘은 이내 저항으로 바뀌다가 물러설 수 없음을 인정하고 길들여진다.

익숙하고 편안해진다. 많은 에너지를 들이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뫼르소가 살라마노 영감의 삶을 어떻게 묘사했던지 간에,

나는 길들여짐을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에겐 길들여져서  존재감마저 종종 잊곤 하는 부부, 자녀로 이루어진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건재해야 한다고 믿는 쪽이다.


길들여져서 외로운 게 아니라,

공기처럼 필요불가결한 것이지만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지내는 사랑이 가정이고 가족이다.


문장을 통해 무색무취의 공기를 인식하듯,

나를 있게 한 부모님과,

남편과,

두 아이들...

그리고 알지 못하는 양가로 쭉 이어져 왔을 누군가가 참 소중했음을 반짝 상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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