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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snail Sep 26. 2023

잠들어도 계속 읽어 줘...

나는 엄마다, 책 읽어 주는 엄마다.

아차차~~~~!!

알람을 몸 가까이 두고 자면 일이 납니다.

잠결에 알람을 꺼 버리고 자거든요.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알람을 의지 하지 않고 새벽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났는데, 전 그 장면이 너무 멋있게 읽혔습니다.

생각해 보면 알람 없이 깰 때가 있는데, 신체의 컨디션이 좋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을 때가 아니었던가 싶네요.


후닥닥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풉니다.

자리에 앉아 집중을 좀 해보려는데...

""엄마~" 부르는 소리가 납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성역의 새벽시간,

아이의 호출은 좀 불편합니다.


"같이 있어 줘~, 책 읽어 줘..."


베개를 고쳐 베이고, 이불을 보듬어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이의 얼굴을 부비댑니다.



책을 읽을 때 낭독을 자주 합니다.

집중이 흐트러질 때(타고난 짧은 집중력^^;;) 낭독으로 고비를 넘깁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엄마의 책 읽는 소리가 익숙하고, 아기였을 때부터 이어온 잠자리 독서로 습관이 된 때문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큰아이가 어렸을 때,

'엄마는 책을 참 재미있게 읽어~.'

라는 말을  스치듯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경상도 사투리에, 높낮이 없는 평이한 톤의 낭독이거든요. 그리고... 한 가지 밝히지 못한 팩트는 '어서 잠들어라, 어서 잠들어라~~ '라는 하루 육아의 종결을 주문삼아 읽어주던 시절이었습니다.

영혼이 있든 없든, 엄마인 나의 목소리와 온기가 아이들을 편하게 해 주었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나 눈감고 잘 건데, 그래도 계속 읽어줘.."

초등학교 5학년 아이의 말입니다.

눈뜨고 있으면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일이 없는  활기 넘치는 아이지만, 아직도 잠들기 전 엄마의 책 읽는 소리는 잠자리 루틴입니다.

이제는 며칠을 읽어야 종결되는 두꺼워지는 책을 저녁마다 낭독을 시킨다고, 이제는 스스로 읽어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어김없이 목이 갈라지도록, 아이가 눈을 감고 한참이 지나도록 책을 읽어 줍니다.


책을 읽어 주는 내가 제법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슬몃 드는 아침입니다.

40이면 불혹이라고 공자는 말했지만,

왠 걸요, 40의 매일은 휘청거림의 연속입니다.

이런 나를 든든한 그루터기처럼 옆에 두고 평온해지는 아이들을 볼 때, 신기합니다.


아이들에게 나는 태산 같은가 봅니다.


아이가 자라 갈수록 아이가 세상의 잣대에 넘치도록 자라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동적으로 하게 됩니다.

그냥 엄마여서 늘 엄마를 좋아해 주는 아이의 사랑과 대조적입니다.


아이의 사랑을 늘 기억하고,

얼마 남지 않았을 '책 읽어 주는 엄마'를 계속 이어가야겠습니다.


 새삼 이 말이 너무 좋습니다.

"나 잠들어도 계속 읽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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