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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snail Oct 05. 2023

치매 어머니를 돌봅니다

어머니의 세계

갈치 홈쇼핑 방송이다.

트롯풍의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남 여 쇼호스트의 톤 높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티브이 앞에 앉은 어머니,

"아구야꼬, 아파트 한 채가 쓰러졌네,

사람 마이 죽었겠네,

지랄, 아파트도 저래 만디에다 지가 지랄이고,

고, 아파트 한 채가 와 쓰러졌을꼬!"


"우야겠노, 우야겠어~"


"아이고... 저래가 우야겠노..."


어머니는 무엇을 보고 계신 걸까?

도대체 어떤 시간 속에서 무엇을 보고 계신 걸까?


평온한 가을 아침에 어머니가 만난 재난의 현장이 궁금하다.


어머니의 세계에는 행복보다 근심이 많다.

망각의 세계에 머무르더라도

행복한 망각의 세계에 머무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걱정투성이인 어머니의 망각 세계,

쌀걱정, 내 몸걱정, 세월걱정.

망각도 걱정은 가져갈 수 없는 걸까?

다른 모든 건 앗아가 버린 치매가

왜 걱정은 가져가 버리 못하는 걸까....




'평등'과 '평균'을 선호하는 사회.

인생 희로애락이라 하는데 그럼 네 영역의 삶의 곡절도 모두 25퍼센트씩일까? 그러면 이유불문 수긍가능한 인생이 되는 걸까.


20대에는 그랬다.

롤모델을 따라 성취하고 싶은 성품이나 습관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용기와 투지를 불태웠다.


40대는, 나보다 한 살이라도 위인 사람들을 두루 편만하게 살핀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저렇게 나이 들어가지는  말아야겠구나'


"대단하다!"

치매어머니를 돌본다는 현재의 삶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치하한다.

현실이상의 과분한 문장에 쑥스럽다.

전통적으로 고부간의 갈등이 기본적인 사회에서 외아들을 아버지 없이 키워낸 홀 어머니와 외며느리의 자리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어머니이기 전에  홀어머니가 아닌 기억을 잃은 노년의 삶을 사는 한 사람이 보였다.

돌봄의 필요 앞에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치매환자를 위한 요양병원과 요양원. 어머니는 그곳에서 맞게 될 치매어르신의  평균적 삶을 강력히 거부하신다. 몇 십 년을 산 자신의 집도 모르지만 개인공간에서의 개인적인 시간을 선택하셨다.


그 공간에서 어머니는 제일 안정적이고 편안해한다.


치매는 그 공간을 걱정거리로 채웠다.

오늘은 49프로의 걱정과 51프로의 즐거운 기억이 어머니의 세계를 채웠으면 좋겠다.


어머니의 행복을 위한 염원이 아니라,

옆에서 지킬 나의 마음을 위해서다.


치매어머니를 돌보지만,

이기적인 며느리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오늘 어머니는 걱정을 망각하는 치매 어르신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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