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low snail Oct 06. 2023

달팽이의 단어 갉아먹기

'별것'과 '고작' 에서...

별것(別것)
드물고 이상스러운 것. 여러 가지 것

별것의 세계에 머무르고 싶은가요?

별것의 반대말은 '고작' , '까짓것' 정도 될까요?

당신의 삶은 '별것'과 '고작'의 세계 중 어느 세계에 닿아 있나요?


'별것'의 세계를 동경하면서,

'고작'의 세계를 산다는 느낌은 늘 나를 이루는 어떤 패배감의 바탕이었다.

'별것'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많이, 빠르게 시간을 달려내야 한다.

속도를 감당해내지 못한 나는 '슬로우 스네일'이라는 별명뒤에 숨기로 했다.

여전히 '별것'의 세계를 탐하지만,

'별것'의 세계?

그거 별거 아니야.

'고작' 그런 것들을 위해 삶의 속도를 그렇게 내야 한단 말이야? 라며 느린 삶을 공식 선언했다.


마치 높이 달린 포도를 어찌하지 못하는 여우처럼,

닿기 어려운 그 어떤 것이든 모두 '여우의 신포도'로 만들어 버렸다.


기준이 참 모호하다.

별것의 세계를 기준으로 삼으면, 고작이 되지만,

까짓것의 세계를 기준으로 삼으면 세계가 모두 내 손안에 머무르게 된다.


오늘도 기준은 '기본이 되는 표준'이라는 의미가 무색할 만큼 왔다 갔다 한다.


'별것'과 '고작'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슬로우 스네일의 기록을 남길뿐이다.


그 별것 아닌 기록에 감동을 받았다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고작'밖에 안되던 기록을 한순간에 '별것'이나 되는 기록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구나.

'별것'과 '고작'은 자의적이면서도 타의적일 수가 있구나.

나의 '고작'을 '별것'으로 바꾼 건  그 사람이었다.

순식간에 나는 '까짓것'의 세상에 들어간다.


"까짓것! 한 번 해보지 뭐~!!"


이제는 내 속에서 '별것'과 '고작'의 세계를 왔다 갔다 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고작'의 '세계를 '별것'으로 만들어주는 눈을 좀 키워봐야겠다.

그리하여 누군가가 '까짓것'의 세계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들에 손을 뻗쳐 닿게 해 주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매 어머니를 돌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