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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snail Oct 25. 2023

규칙적 VS 되는 대로

매일 시간은 흐르고

시간을 어떻게 채웠는지 잡히는 건 없다.


딸아이가 플래너를 잘못 골랐다며, 엄마 할 거냐고 묻는다.

'그래, 엄마가 쓸게. 두고 너 새로 사."

 월별, 요일별, 매일 할 일들을 미리 살펴보고, 한 일들을  세미하게 표기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다.


할 일들은 제쳐두고 한 일들을 표기해 본다.

시간단위로 분 단위로 빗금을 친다.

하루의 흔적을 빠짐없이 기록한다는 것이 보통이 아니었다.

잠깐 무언가를 하고 바로바로 정리해두지 않으니,

기록의 공백이 생겼고,

기록된 자료에는 그냥저냥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부지기수였다.

이거 안 되겠다 싶다.

한편 수험생도 아닌 내가 시간을 이렇게 알뜰하게 쓰며 숨 막히게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도 슬며시 올라온다.

사실 타임 테이블이 자꾸 끊겼던 구간은, 일을 하던 도중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병행했던 때였었다.

가령 책을 읽다가 마침 끝난 세탁기의 빨래를 정리한다거나,

글을 쓰다가 돌아온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거나 일과를 들어주다 보면 어느새 시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시간을 훌쩍 지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공간을 벗어나 시간의 구역을 확실히 할 나만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겠거니 하지만 쉬운 결정은 아니다.


인생은

B와 D사이의 C라는 말은 적확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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