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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snail Nov 06. 2023

문장이 삶을 만날 때

하마터면

밤새 예측 불가능한 소나기가 오락가락, 사사삭 낙엽진 나무를 세차게 흔들던 바람으로 가득했던 밤을 보내고 맞는 아침. 온 세상이 어제와는 차원이 다른 세상으로 변한 것 같다. 산과 거리가 단풍 일색이다.


이 아침이 쨍하게 맑은 가을 아침이었다면 ,

아마 몹시 슬펐을 뻔했다.

정확히 무슨 이유로 신경이 곤두선 지도 모른 상태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지만 온갖 이유를 그에게 지운채 그로 인해 수동적으로 피해를 당한다 생각하는 관계. 나에게 부부란 그런 의미다.

생각해 보면 그도 억울할만하겠다 싶다.

그렇지만 아직은 그와 다시 친해지고 싶은 생각도 없고, 심지어 그 사람을 내 삶에서 배제시켜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있다.


아직은 내 마음이 그렇다.

이런 슬프고 아픈 마음으로 시작하는 아침이 쨍하고 맑았다면, 하마터면 더 슬퍼질 뻔했다.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는 수증기와 가을 낙엽 냄새.

무게감 있게 내려앉은 구름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 해 준다. 감사할 이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하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 거야-" - 앵무새 죽이기 -

문장은 우리의 삶을 바꾼다. 바꾸는 힘이 있음을 확신한다.

그러나 지금은 문장은 문장으로 남겨 두고 싶다.


하루 뒤 혹은 며칠 뒤 어느 날 그를 이해하고 싶은 순간이 올 것이다. 왜냐하면 문장이 내 속을 계속해서 두드릴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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