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84일 글쓰기 클럽
선택지 앞에서
by
slow snail
Nov 9. 2023
주황
흙당근을 살까 세척 당근을 살까.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으로 살까 손 벌벌 떨리는 국산을 살까.
세척당근은 편리하고 좋지만 아무래도 대량의 당근을 저렇게 깨끗하게 씻어야 하는 노동 앞에 편리와 능률을 위해 어떤 루트를 거쳤는지 알 수 없어어 패스.
중국산 당근은, 국산당근보다 유통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여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해 들었을 모종의 방법이 믿음이 가지 않아 패스.
물가상승으로 손곱아지는 지갑사정에도 불구하고 국산 흙당근으로 결정.
노랑
비닐로 진공포장된 것을 살까 긴 직사각형의 플라스틱 포장이 된 것을 살까?
상대적으로 짙은 노랑을 살까 연한 노랑을 살까
4 무(無) 제품을 살까 치자색소를 쓴 것으로 살까 행사용 상품으로 살까
빨강
사용하기 좋게 잘라진 것을 살까 내가 잘라 쓸까
인공색소부터 시작해 첨가물까지 누가 봐도 인공적인 요소가 강한 햄 코너에서 덜 붉고 더 도톰하고 그 많은 첨가물 중에 4가지는 안 들어갔다는 4 무(無) 제품으로 한다.
초록
가시오이로 할까 다대기오이로 할까
오이로 할까 시금치로 할까
흰색
맛살엔 게가 들었을 거란 진실을 안 후에도 착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맛살게의 원조 oo맛살을 할까 양심적으로 게살함량을 강조하며 후발주자로 출발한 타 상품의 맛살을 살까
검정
두 번 구운 김으로 할까 생김으로 할까
10장짜리 20장짜리 또는 대형으로 살까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라더니만 정말 순간순간 선택의 마디마디다.
모든 재료들을 한 데 모아 돌돌 만다.
딸아이의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도시락이 된다.
무엇 하나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던 과정이었지만,
딸아이에 대한 사랑은 선택이 있을 수 없다.
이건 자동적이고 태고적이다.
우리 엄마도 그랬을 테지.
없는 살림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더 잘해주는 것인지,
그 선택지만 있을 뿐이었으리라.
keyword
선택
12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slow snail
직업
프리랜서
읽고 쓰고 걷는 사람입니다.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결코 느리지 않습니다.
팔로워
17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환경을 생각하는건 삶의 태도
글쓰기 노하우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