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하브루타

2월의 숲은 어떤 냄새와 소리를 품고 있을까요?

by slow snail

문명화된 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자연으로 회귀할 때 중력의 작용을 반하는 것만큼의 의지와 힘을 요구당하는 삶이다.

토요일 아침, 늘어지게 자고 싶은 본능을 반하고, 아이랑 생태 하브루타를 간다.

어제 밤늦게 까지 금요 시네마 타임을 즐기던 아이는 충분치 않은 수면 탓에 날이 서 있다.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니 머뭇거렸던 마음은 밝은 2월의 햇살에 말갛게 씻긴 듯 지워져 버리고 상쾌함과 상큼함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다양한 학년의 친구들이 모였다.

이 구성이 참 좋다. 꼭 숲을 보는 것 같다. 다양한 수목과 수령의 나무들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어 가는 숲과 꼭 닮았다. 처음엔 서먹서먹 하지만 자신들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도움을 주고받는 모습은 흐뭇함 그 자체다.


앗뿔싸~~!! 준비한 PT 수업 자료가 담긴 USB를 집에 쏙 두고 왔다. 덕분에 아이들이랑 한 테이블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서먹한 가운데 마음을 가볍게 푼 후 뒷산으로 간다. 몸풀기를 한 후 걷기 시작한다. 대롱대롱 달렸지만 결코 바람에도 떨어지는 일 없는 둥지를 올려다 보고, 말벌의 거대한 집을 보며 주택가에 지어진 말벌집을 제거하는 소방관 아저씨의 수고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급경사의 초입은 우리의 심장을 쿵쾅대게 한다. 한 숨 돌리고 손잡고 둥글게 원을 만든다. 많지 않은 친구들이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고 있으니 눈길이 가깝게 닿는다. 어색하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하다. 친구들이 큭큭 거린다. 오른쪽 옆 친구의 눈을 들여다보며 자기 이름을 소개하고 옆 친구의 이름은 무엇인지 물어본다. 크고 또렷하게 말하는 친구, 속말로 소곤소곤 말하는 친구, 부끄러워서 시큰둥하게 말하는 친구. 이 다양함이란~~


이제 눈을 산으로 돌린다. 잠시 눈을 감고 느껴보기를 권했다. 잠시동안이지만 눈을 감고 정적을 유지하기가 힘든지 끊이지 않고 속닥속닥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눈 감았을 때 들렸던 소리를 말해본다. 햇살이 따뜻해서 그런지 유난히 새소리가 많이 들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은 일심으로 새소리라고 말한다.

마스크를 내리고 눈을 감고 아이들이랑 손을 꼭 잡고 정지한 상태로 단 1분을 정지상태로 있었다.

초단위로 방향을 바꾸는 산바람은 어제 내린 비의 습기와 낙엽 마른 냄새를 품고서 부드럽게 일렁인다. 새소리는 유난히 경쾌하다.


정적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낙엽 줍기 미션을 준다. 눈에 예쁘게 보이는 낙엽으로 낙엽의 순환을 새겨볼 수 있는 자연미술활동을 할 준비자료다. 역시 아이들은 몸을 움직여야 한다. 뿔뿔이 흩어져 폭신한 낙엽땅을 밟으며 고르고 또 고른다. 후딱 줍고서 언제 내려가냐는 친구, 충분한 시간에도 고르고 고르기를 고심하다 끝내는 3장을 다 못 주웠다며 걱정하는 친구도 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어도 고르지 못하겠다던 아이는 선생님의 낙엽이 예뻐 보였는지 줄 수 없느냐고 묻는다. 내 것 중에 마음에 드는 것 2장을 골라 가면서 안도의 숨을 내쉰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주워온 낙엽을 물에 적셔 준후 잘게 찢어 도화지에 낙엽 모양으로 다시 만들어 붙이기를 한다.

바닥에 두둑이 덮인 낙엽은 비, 바람, 햇빛에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나무의 양분으로 사용되어 다시 나뭇잎으로 태어나는 순환을 이번 활동을 통해 우리의 입으로 말해 보았다.

기대한 활동과는 전혀 다르게 재료만 있으면 상상의 나래를 펼쳐 자신만의 작품을 만든 친구들. 모두 둘러 작품소개하는 시간이면 무한대의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품활동을 마친 후 나무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말 적기에서는 너도 나도 공기를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쓴다.

이건 아마도 한 친구가 먼저 쓴 것을 보고 대충 따라 쓴 것이 확실하다. ^^;; 친구랑 생각이 같다며 비슷한 한 줄을 쓰는 것은 쓰기를 지독히도 싫어하는 아이들과 수업 후에 단 한 줄의 메시지라도 남기고 싶은 선생님과의 사이에서 맺어진 절충지점이다.


얼만큼의 교육적 효과를 가졌는지 확신할 수 없는 나의 수업을 통해 2월 무렵 숲의 냄새와 소리와 풍경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새겨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는 마음으로 수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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