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잘 못 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읽다가 멈춰도 괜찮다.

by 실레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한다고 해서

독서를 못하는 건 아니다.


중간에 덮은 책이 많다고,

집중이 안 된다고,

몇 장 읽고 졸았다고 해서

책과 안 맞는 사람인 것도 아니다.

애초에 책과 안 맞는 사람이란 없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잘' 읽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읽다가 멈춰도 괜찮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왜 이렇게 안 읽히지?

내가 집중력이 부족한가?

앞의 내용이 전혀 기억나질 않네...


책이 안 읽히는 날도 있다.

몸이 피곤해서일 수도 있고,

지금의 나와 그 책이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읽다가 멈췄다는 건

실패가 아니다.

지금 나에게 이 책이 아니라는 신호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독서가 훨씬 편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 읽어도 된다.

책을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그런 규칙은 없다.

어떤 책은 머리말에 애초에 '발췌독'을 권장하는 책도 있다.


비문학 책 중 같은 주제의 내용이지만,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도 되는 책이 꽤 있다.

그런 책은 앞부분만 읽고 덮어도 되고,

마지막 장부터 읽어도 된다.


중요한 건 '완독'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완독 경험이 적다면 얇은 책, 쉬운 책부터 시작하면 된다.

독서를 시작하면 괜히 어려운 책을 골라야 할 것 같다고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추천 도서들 중 어려운 책이 매우 많다.

고전문학들도 술술 읽히지 않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인생 책으로 꼽는 책들도 많다.

분명 그런 책들은 좋은 책일 것이다.

하지만 책과 친해지기 전에 그런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달리기가 좋은 것을 알아도, 체력이 없을 때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는 법이니까.


짧은 에세이,

이미 알고 있는 주제,

얇은 분량.

이런 책들을 골라서 시작하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

책을 읽는다는 경험이 먼저다.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 달에 누가 몇 권을 읽는지,

어떤 작가를 아는지, 어떤 작품을 아는지.

어떤 배경 지식이 있는지, 어떤 분야를 잘 아는지.

고전은 몇 권이나 읽었는지, 섭렵한 비문학은 어떻게 되는지.


남을 신경 쓰면 경쟁처럼 느끼게 되고, 이는 나를 금방 지치게 만든다.

책은 자랑할 것이 아니라 곁에 두는 것이다.

천천히, 내 속도로 읽어나가면 된다.

아마 책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것이 이러할 것이다.


'책을 잘 읽는 사람'은 없다.

다만 '책과 친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굳이 책을 잘 읽는 것이 무엇이냐고 정의한다면,

'자기 속도로 읽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 한 페이지를 읽었다면,

그걸로 충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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