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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경 Apr 11. 2024

읽고 나면 시가 써보고 싶어지는 독일시

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51

   - 읽고 나면 시가 써보고 싶어지는 독일시     


스카르다넬리에게     


커다란 창들로 계절이 쏟아진다.

자신을 잊어버리곤 계절을 붙잡는다.

때로는 인간을, 정신을, 내다봄을, 디오티마를, 디오니소스를, 그리고,


그는 사랑을 잃어 미쳐버렸다고,

광기는 곧 예술이 되었다고,

해명한 적 없던 그의 목소리는 보기 좋은 먹이감

그를 가둔 건 푸른 탑이 아니라 어쩌면 허울 좋은 낭만     


죽은 신을 초대하려 지은 노래에도 굳게 닫힌 문

하는 수없이 직접 찾아가는 수밖에 없나

신들이 여전히 살아있던 때로, 피난처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주문

피아노 건반 소리 하나      


나도 이름을 지우고 주문처럼 그에게 초대의 글을 지어 올리니

감히 가당키나 하냐고

 - 괜찮아, 스카르다넬리는 한국말을 몰라.      


내가 앉은 자리의 창밖은 봄이다. 여름이다. 가을이다. 겨울이다.

개나리와 목련과 벚꽃이 동시에 활짝 핀 이곳이 나는 걱정이다.

계절이 순서를 잊은 건 순전히 인간의 탓이거늘

어쩌면 그래서 내가 그의 글에 기대는지도 모를

인간 됨을 잊은 오늘은 이름을 잊은 이에게 빚지길     

이것은 시라 할 수 있는지, 애당초 글이라 할 수 있는지

 - 괜찮아, 너가 읽을 시는 횔덜린의 것이니깐


충직함을 담아

프라우 슐라프안추크


     

  친구 A가 시집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며 이제는 하다 하다 헌정시를 써서 보내고 있다. 시를 읽어야 본인 시를 이해할 수 있다는데, 날로 발전하는 영업력이다. 정말...     


                                                                   <생의 절반/ 프리드리히 횔덜린(박술 옮김)/ 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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