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 독일문학
스카르다넬리에게
커다란 창들로 계절이 쏟아진다.
자신을 잊어버리곤 계절을 붙잡는다.
때로는 인간을, 정신을, 내다봄을, 디오티마를, 디오니소스를, 그리고,
그는 사랑을 잃어 미쳐버렸다고,
광기는 곧 예술이 되었다고,
해명한 적 없던 그의 목소리는 보기 좋은 먹이감
그를 가둔 건 푸른 탑이 아니라 어쩌면 허울 좋은 낭만
죽은 신을 초대하려 지은 노래에도 굳게 닫힌 문
하는 수없이 직접 찾아가는 수밖에 없나
신들이 여전히 살아있던 때로, 피난처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주문
피아노 건반 소리 하나
나도 이름을 지우고 주문처럼 그에게 초대의 글을 지어 올리니
감히 가당키나 하냐고
- 괜찮아, 스카르다넬리는 한국말을 몰라.
내가 앉은 자리의 창밖은 봄이다. 여름이다. 가을이다. 겨울이다.
개나리와 목련과 벚꽃이 동시에 활짝 핀 이곳이 나는 걱정이다.
계절이 순서를 잊은 건 순전히 인간의 탓이거늘
어쩌면 그래서 내가 그의 글에 기대는지도 모를
인간 됨을 잊은 오늘은 이름을 잊은 이에게 빚지길
이것은 시라 할 수 있는지, 애당초 글이라 할 수 있는지
- 괜찮아, 너가 읽을 시는 횔덜린의 것이니깐
충직함을 담아
프라우 슐라프안추크
친구 A가 시집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며 이제는 하다 하다 헌정시를 써서 보내고 있다. 시를 읽어야 본인 시를 이해할 수 있다는데, 날로 발전하는 영업력이다. 정말...
<생의 절반/ 프리드리히 횔덜린(박술 옮김)/ 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