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호독은 21년 11월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66편을 연재하며 이어왔습니다. 지난 라블레 서점의 겨울방학이 길어지는 동안 저는 독일문학은 저리로 치우고, 여러 나라의 작품을 읽으며 한눈팔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운명 같은 만남을 마주했습니다.
미시마 유키오의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이었습니다. 편지를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정말 25년 최고의 책이 되어버렸습니다.(아직 25년은 길게 남았지요, 언제 바뀔지 모를 일입니다.) 이 책은 등장인물 5명이 서로서로 주고받은 편지들로 구성된 이야기입니다. 자극적인 부제와 PC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물인데도 매력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 설정, 상상초월 전개. 방심할 때마다 펀치를 날리는 유머. 단연 최고의 이야기였습니다. 곧이어 새로운 영감이 되어 다가왔습니다. ‘호독의 등장인물이 너무 적다!’, 본격 호독의 등장인물을 추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동안 호독을 읽으면서 여러분들은 친구 A와 ‘나(화자)’에 대한 캐릭터를 어떻게 그리셨나요? 친구 A의 어떤 호들갑에도 꿈쩍하지 않는 ‘나(화자)’가 고집스러워 얄밉기도 했고요. 친구 A는 차가운 친구의 태도에도 간호해 주러 방문하거나, 반찬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 조금 피곤해도 좋은 친구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친구 A는 알아주는 취미 부자이며 각종 모임 중독자입니다. 하고 싶은 게 많은 만큼 질리는 속도도 굉장히 빠릅니다. 농구 교실에 2개월 다녔다가 레이어 슛이 제맘대로 되지 않아 그만뒀고요. 손열음에게 빠져서 피아노 학원을 끊었는데, 어깨 통증 이슈로 4개월 겨우 다니고 그만뒀지요. 그 외에도 요리 교실, 러닝, 드럼, 바둑, 마작... 진득하진 못해도 다양한 취미와 모임 덕분에 잘 맞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지요. 좋은 건 나누라고 배운 친구 A는 원치 않아도 ‘나(화자)’에게 소개합니다. 그렇게 친해진 2명의 새로운 친구를 소개합니다. 이들이 이제 시즌 2에 호독과 함께 하려고요. 일단 여러분 숨 돌리시기 전에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을 읽으시면서 어떤 부분이 영감을 자극했는지 살펴보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그럼 새로운 친구 1, 2 소개를 덧붙이며 이만 저는 밀린 독일문학 읽으러 떠나보겠습니다.
새로운 친구 1 - 단추
• 20년 차 뜨개질러
• 지하철에서 뜨개질하는 걸 가장 좋아함
• 언젠가 뜨개질로 집을 뜨겠다는 포부가 있음(뜨개질로 내 집 마련 희망)
• 친구 A와는 뜨개질 공방에서 알게 됨. 언니들 사이에서 오랜만에 또래 친구 만나서 기뻤는데, 친구 A가 손가방 하나 만들고 금방 뜨개질에 싫증 나서 도망가버림. 가끔 밥 먹으러 만나 뜨개질 영업을 했지만 넘어오지 않음
• 친구 A는 끊임없이 책을 추천하지만 뜨개질하느라 손이 여유가 없어서 추천하는 책을 읽어본 적은 없음. 다만 매번 같은 걸 물어보게 됨
“오디오 북이 있나요?”
• ‘나(화자)’랑은 친구 A랑 뜨개질 같이 하다가 알게 됨. 본인도 집순이라고 자부하는데, 더 한 집순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 같이 사는 곳이 근처라 ‘나(화자)’가 과일을 나눠준 게 계기가 되어서 ‘나’(화자)집에 뜨개질거리 들고 놀러가는 일이 종종 생김
• 3시간 넘으면 은근히 나가라는 신호를 온몸으로 표출해서 웃김. 친구 A에게 물었더니 3시간이면 많이 봐준거라고. 본인은 30분만 있으면 대놓고 나가라고 한다고.
새로운 친구 2 - 오리
• 취미로 시 쓰는 직장인
• 친구 A랑은 시 읽기 수업에서 알게 됨. 처음에 친구 A의 밝은 에너지에 기가 빨려서 도망쳤지만(말을 걸까 봐 바로 짐 싸서 뒤도 안 돌아보고 나옴), 매번 흥미로운 책을 소개해주고, 영화, 전시 얘기를 많이 해줘서 마음의 장벽을 금방 허물었음
• 추천하면 그날 바로 읽고 와서 다른 걸 추천해달라고 하는 편. 이러다 친구 A보다 독일문학 더 많이 읽는 게 아닌가 싶음. 친구 A도 어느 순간부터 견제하기 시작하고 독일문학 이외의 것을 더 추천하는 듯 함
“이거 다 읽었는데요!”
• 꼬박꼬박 9to6 사무실에서 잡혀 시간을 흘려보내기에 일하는 척 웹진을 읽거나 시를 쓰며 월루하는 편. 주 4일제, 아니 주 3일제를, 아니 주 2일제로 노동해방을 주장하고 있음
• 내향적인 성격이라 외향인들에게 주로 선택받는 편. 친구 A가 ‘나(화자)’를 소개하곤 급한 볼일 때문에 사라져 굉장히 당혹스러웠으나, ‘나(화자)’가 대단한 시니컬한 사람이라 오히려 금방 마음이 편해짐
• 친구 A의 새로운 취미 마작을 위해 초대받아 단추도 인사하게 됨. 마작은 4명이 필요하니 종종 만나 놀다가 친구 A의 변덕에 마작놀이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지만, 뜨개질 선물, 반찬 나눔 등으로 코가 꿰임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 미시마 유키오(최혜수 옮김)/ 현대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