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 독일문학_번외
넷이서 오랜만에 밖에 모여 저녁 식사를 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감자튀김을 집어 드는 순간, 요즘 당 관리에 예민한 단추가 단호하게 샐러드부터 먹으라고 접시를 내 앞으로 당겨왔다. 곧 우리는 자연스럽게 건강 관련 얘기를 시작했다. 챙겨 먹는 영양제, 식단관리 그리고 운동으로 접어들자, 다들 과중한 노동시간을 버티기 위해 운동이 필수적이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살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오랫동안 나와 요가를 같이 하던 친구 A는 돌연 필라테스로 전향하고 필라테스 사랑에 빠진 친구 A가 필라테스 만병통치설을 풀기 시작하는데...
“요가는 말이야. 비보잉 댄서나 할 법한 자세를 아무렇지 않게 선보이며 따라 해보라 해서 당황하게 만드는데, 필라테스는 전혀 어렵지 않아 보이는 동작이 절대로 안 돼서 황당하게 되는 거 같아. 근데 이게 되게 재미있단 말이야. 쉬워 보이는 동작을 어렵사리 해내고 난 다음 날이면 정확하게 그 부위가 아파. 써본 적 없던 근육이 자신의 존재를 뽐낼 때면 묘하게 뿌듯해지지. 아! 내가 저번에 말했지? 러시아 대문호 작가님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의 이름을 본떠 온 필라테스 말이야.
체홉이 의사였던 거 알지? 그래서인가. 뭔가 잘 어울리는 거 같아. 오랜 시간 앉아서 일하는 현대인이라면 필라테스는 필수라고 생각해. 필라테스의 핵심은 몸통의 힘이거든. 우리 선생님이 말씀하셨지! 힘을 쓸 때는 척추에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힘을 줘야 한다고 말이야. 허리 힘은 꼼수일 뿐이야. 갈비뼈 닫아 내리고, 어깨 올라겠네, 어깨는 머리에서 멀리, 골반은 중립을 만들어 몸통을 단단하게 만들지. 그렇게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다면 우리는 다치지 않고 제대로 힘을 쓸 수 있어.
인생도 말이야, 코어가 필요해. 코어를 단단하게 만든다면 어떤 역경에도 흔들림 없이 얼마든지 버틸 수 있어. 그나저나 체호프의 작품을 읽으면서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필라테스를 했다면 쉽사리 좌절의 순간에 빠지지 않았을 텐데 싶더라. 「관리의 죽음」 속 체르뱌코프도 상사의 눈치를 보며 꾸지람에도 개의치 않아 했을 테고, 「드라마」 속 바실리치도 인내심을 더욱 길렀을 거고, 「내기」 속 늙은 은행가도 무모한 내기를 하지 않았을 거라고 봐. 쓰읍 근데, 생각해 보니 체호프의 단편소설 속 주인공들이 필라테스 하면 안 될 거 같아. 단단한 코어로 흔들리지 않아 소설이 시작되지도 않았을 테니깐 말이야...”
나이가 들어가니 영양제, 운동, 식단 얘기가 자연스럽게 자주 등장한다. 건강을 챙기는 건 좋지만, 아프면 안 되는 세상보다 아파도 괜찮은 세상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음은 어떤 코어 운동으로 단단해질까?
<체호프 단편선/ 안톤 체호프(박현섭 옮김)/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