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라곤 학을 떼던 내가 모든 생명을 사랑하게 될줄이야...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있다. 바로 내 고양이 슈무지.
나는 이전에 살면서 동물과 살아본 경험이 없었다. 심지어 난 날파리 같은 작은 벌레부터 벌, 파리, 새 등 모든 날아다니는 것들에 대해 공포심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일화가 떠오른다.
먼저 독일 유학 초기, 혼자 길을 걷던 중에 일어난 일이다. 내 앞쪽에 비둘기들이 빵가루를 먹고 있어서 옆으로 돌아가려던 중, 비둘기들이 낮게 날아 나에게 돌진하듯 다가오자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내 소리를 듣고 놀라서 무슨 일이냐며 나에게 왔는데, 내가 "비둘기가 내 앞으로 왔어"라고 하니 허허 웃으면서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것이 당연한데 왜 그러냐"며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다음은 날아다니는 곤충에 대한 공포. 나는 어려서부터 자연친화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독일에 살다 보면 시도 때도 없이 산책을 하는데 (내가 지금까지 살았던 곳은 모두 산과 숲이 있는 도시들이었다. 참고로 독일에 산이 있는 도시는 많지 않다.) 아무래도 산길을 걷다 보면 많은 벌레들이 날아다니게 되는데 나는 내 눈앞에 벌레가 올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기겁을 하고 깡충깡충 뛰어 피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 있는 친구들은 정말 희한한 광경을 본다는 듯이 날 보면서 재밌다고 웃곤 했다.
웬걸. 현재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한 번은 현관문 앞 바닥에 벌이 있었다. 왜 벌이 여기 있지 생각하며 가까이 가 보니 숨을 헐떡거리며 누워 있었다. 햇살이 뜨거운 여름이었는데 아마 비행하다가 지쳐서 휴식을 취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벌을 그늘로 옮기고 벌 옆에 꿀 한 방울과 물 한 방울을 놓아 주었다. 사실 우리가 꿀을 벌에게서 착취해 온 것이니 되돌려 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몇 분이 지났을까.
궁금해서 밖에 나가 보니 벌은 떠나고 없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나는 벌레들이 쉴 수 있는 벌레 호텔을 구입하여 집 앞에 놔두고 싶었지만 남자친구의 큰 반대로 인해 설치에는 실패했다.
또 한 가지, 현재 주택에 살고 있는지라 주변에 정원이 많다.
우리 집 지붕 밑에는 참새들이 몇 마리 사는데, 내 고양이 슈무지에게 잡혀서 참새가 위독한 상태로 우리 집 안으로 끌려온 적이 있었다. 참새는 "나 살려!" 하며 날아다녔는데 맹수 고양이에게 잡혀서 결국엔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슈무지를 장난감으로 유인해 다른 쪽으로 보내고 참새를 들어 고양이 이동장 안에 넣어줬다.
급하게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다친 참새는 체온 유지가 중요하다고 하여 바닥에 핫팩을 깔고 그 위에 수면 바지로 이를 덮었다. 그리고 집 앞의 풀과 흙을 가져와 그 위에 올려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새가 눈이 풀려서 헐떡거리고 있어, 작은 숟가락으로 물을 떠서 입에 넣어주었다. 하지만 한참 동안 움직임이 없었고 나는 기도했다.
몇 번을 확인했지만 참새는 눈을 감고 계속 그 안에 있었다.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에 묻어줘야 할지 생각하면서 다시 확인했는데, 참새가 없었다! 과연 회복하여 자연으로 돌아갔구나! 정말 기뻤다!
마지막으로, 길을 지나가다 보면 산책하는 고양이들을 많이 보는데, 나는 고양이를 보면 지나칠 수가 없어 항상 코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매번 이런 순간들을 마주할 때면, 만약 내가 한국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행히 독일에는 길고양이가 없기에, 나는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고양이들을 예뻐해줄 수 있어 기쁘지만, 소셜미디어나 유튜브에서 한국의 불쌍한 길고양이들이나 유기된 아이들 영상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후원을 계속 하고 싶지만, 내 삶이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 보니 내 주위에 있는 아이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기로 하면서 죄책감을 덜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