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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스텔라 Aug 08. 2024

나는 고양이 집사

Schmusi

내 집에는 내 물건보다 고양이가 쓰는 물건들이 더 많다.


캣타워는 일곱 개가 있고 모든 가구들은 나의 고양이 슈무지가 편안하게 돌아다닐 수 있게 배치되어 있다.

모든 창문에는 슈무지가 누워서 쉴 수 있게 해먹이 걸려 있고 스크래처도 여기저기 있다.

방마다 화장실이 배치되어 있기도 한데, 야속하게도 슈무지는 한 곳만 이용한다.


집에 놀러 오는 사람들은 전부 "이곳은 고양이 집이군요"라고 말한다.


그렇다, 나는 유별난 고양이 집사다.



하지만 내가 처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4년 전 내가 한 독일 할머니 집에서 하숙을 할 때였다.  


그 집에서 함께 살면 정말 적은 돈으로 (당시 10만 원 월세) 살 수 있었다. 그 할머니는 청각장애인이었는데, 그로 인해 전화 통화나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있었고, 병원 예약 등 전화로 하는 일이나 그 밖의 빠른 소통이 필요할 때 도와줄 수 있는 하숙생을 구했는데 나는 우연히 그 공고를 보고 그 집으로 입주하게 되었다.


살다 보니 사실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그 부자 할머니 덕분에 나는 10만 원을 내고 큰 정원을 가진 주택에서 학생신분이었지만 호화롭게 살 수 있었다.

하루는 그 할머니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며 나에게 입양해 오라고 했다.


나는 그 당시 고양이를 무서워했기 때문에 싫다고 했지만, 고집이 센 할머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양이를 찾으러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나는 "나는 고양이를 케어하기 싫다. 모든 건 네 일이다"라고 했고, 이웃에게서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해 왔다. 갓 세 달이 넘은 얼룩덜룩한 무늬가 아주 귀여운 작은 고양이였다.


고양이를 할머니에게 건네주는데 겁에 질린 고양이의 눈이 나를 슬프게 했다.


그 작은 고양이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아주 작은 구석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는데  할머니는 그 작은 아이를 억지로 구석에서 꺼내어 안았다. 그 아이의 불안한 눈빛은 난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아이는 다시 구석으로 돌아갔고 우리는 모두 자러 방으로 들어갔다. 그 작은 아이를 구석에 그냥 두고서...


다음날 새벽, 나는 그 아이가 신경 쓰여 그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갔고, 그 아이는 어제 있던 그곳에 그 자세 그대로 얼굴만 빼꼼 내밀며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어쩔 줄 몰랐고 그냥 멀찍이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아기 고양이는 슬금슬금 나와서 나에게로 오더니 내 무릎에 올라와 잠을 청했다.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나였지만 그 순간은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렇게 나는 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나는 고양이를 들거나 만지지는 못했다. 그냥 옆에만 있었다. 무서워서... 그 작은 아이가 도대체 뭐가 무서웠던 건지 난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아무튼 그렇게 하루 이틀 함께 지내다 보니 나는 정이 많이 들었고 함께 잠을 잘 정도로 친해졌다. 고양이는 나만 졸졸 따라왔고, 정작 주인인 할머니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할머니의 거동이 불편했기에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을 포함해 고양이와 관련된 모든 일은 전부 다 나의 몫이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고양이에게 정이 많이 들었다. 관심이 생기다 보니 YouTube나 인터넷으로 많이 찾아보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기 고양이의 사료는 항상 할머니가 줬었는데, 아뿔싸! 사료는 이미 유통기한이 한참 지났고 심지어 노묘 사료였다. 이유를 물어보니 예전에 살던 10살 고양이에게 주다가 남은 사료라고 했다.

나는 모든 사료를 버리고 아기 고양이용으로 교체했다.


고양이 화장실도 할머니 화장실 안에만 있었는데, 그 화장실 문이 자주 닫혀 있어서 슈무지가 화장실을 제때 못 갈 때가 많았고, 또한 화장실을 쓰고 나왔을 때 바람 때문에 문이 자주 닫혀서 안에 갇히기도 했다. 나는 더 이상 그 상황을 견딜 수 없어서 내 방에 따로 화장실을 설치했다. 그 후로 슈무지는 내 방 화장실만 이용했다.


밥그릇과 물그릇 역시 불만족스러웠다. 밥그릇은 항상 주방 바닥 쓰레기통 옆에 있었는데, 내가 그릇을 볼 때마다 항상 더러웠다. 세척을 안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요리하다가 떨어진 마늘 껍질이나 스파게티 면 따위가 사료 위에 떨어져 있었다. 물 위에는 당연히 기름이 둥둥 떠다녔다. 나는 이것 역시 참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내 방에 따로 사료와 물그릇을 여기저기 배치했고, 그 후로 슈무지는 내 방에서만 밥을 먹고 물을 마셨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할머니가 나더러 방에 있는 모든 고양이 관련 물건을 치우라고 했기 때문이다.

할머니 왈: 고양이 교육 문제, 블라블라. 나는 그 교육 방식에 전혀 공감하지 않았고, 그 의견을 무시하고 계속 내 방에 두었다. 히히..


참고로 내 방은 정원이랑 연결된 반지하에 있었는데, 반지하라고 해도 그 층에 내 방, 샤워실, 화장실, 빈방 두 개가 있어서 굉장히 컸다. 언덕이 좀 있는 곳에 위치해 지하 같지도 않았다. 내가 혼자 살 때는 그냥 내 방만 썼었는데 어느 순간 그 전체를 슈무지에게 위험하지 않게 다 꾸미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슈무지는 내 새끼처럼 내 옆에 있는 날이 점점 많아졌으며, 정원에 나가더라도 내 방문을 통해서 지나다녔고, 그렇게 정작 주인인 할머니는 슈무지를 못 보는 날이 하루이틀 계속 됐다.


그런 날들이 지나 난 대학원 과정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해야 했는데, 슈무지를 두고 이사 나갈 수가 없어서 집옆 학교에 자리를 지원했다. 원했던 조건은 아니지만 오직 슈무지 때문에 계약서를 작성했다.


내 일은 기간제교사 (Vertretungslehrerin) 였다. 대리교사가 하는 일이란, 병가로 부재한 선생의 수업을 들어가서 대타 수업을 하는 것이다. 나는 1학년부터 9학년까지 여러 반을 맡아야 했고, 땜빵 수업은 꽤나 피곤했다. 왜냐하면 나는 어떤 학년의 수업에 들어갈지 모르니 수업 준비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해야 하는 데다가, 아침에 출근하고 나서야 그날의 일정을 알게 되기 때문에 항상 스탠바이 모드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안정한 직업을 6개월 정도 넘게 하다 보니 회의감이 몰려왔고, 나는 다른 학교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도 되돌아보면 이게 생각보다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갑자기 발생하는 문제에 대처하는 나만의 방법을 터득했으니까.


그러던 와중 프라이부르크 학교에서 연락이 왔고, 마침내 내가 원하는 조건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이건 나의 슈무지를 어떻게 데리고 가야 하느냐였다. 할머니에게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가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할머니는 절대 안 된다고 하였다.

정말 화가 났지만, 사실 나는 이사 가는 날 몰래 데리고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 후로 할머니도 화가 났는지 주위 사람들에게 내 욕을 하기 시작했다. 00이 자기 고양이를 데리고 가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미 고양이는 00의 고양이이다.  00이 데려가는 게 맞다.”라고 말했고, 한두 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얘기하니 어느 순간 할머니도 "그렇게 해라"라고 하였다.


나는 그렇게 공식적으로 슈무지를 입양하고 그녀의 언니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 가족과 떨어져 다른 세계에 발을 디딘 고양이에게 감정이입을 했고 슈무지뿐만 아니라 나도 슈무지에게 많이 의지한 것이다.


집사가 되면서 나의 인생은 전부 바뀌었다.


나의 모든 생활과 생각은 슈무지 중심으로 이루어져 가고 있다. 좋아하는 친구가 생기더라도 동물을 좋아하지 않거나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나는 바로 마음을 정리했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 나는 과연 내 슈무지를 자식처럼 사랑할 사람인지 아닌지를 제일 먼저 봤다. 물론 지금 남자친구는 그 테스트에 통과했지만 말이다.


처음부터 내가 사랑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도 많이 되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요즘 들어 사고도 많이 치고 말썽도 많이 부리지만, 그냥 이렇게 계속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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