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비밀: 이름과 다른 매력
슈무지 (Schmusi)
내 고양이 이름은 '슈무지'인데 (schmusen:비비적거린다)라는 동사를 명사로 만든 것이다.
이 이름의 숨겨진 비밀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내 전 남자친구가 생각한 이름이라는 것 (속닥속닥)
고양이를 입양할 당시 나는 독일인 남자친구와 교제를 하고 있었고, 모두 함께 (하우스메이트도 함께) 머리를 맞대어 무슨 이름이 좋을까 하던 중에 채택된 것이 슈무지였다. 참고로 후보 중에 Sushi 그리고 Büsi (스위스독일어로 고양이)가 있었다 - 함께 살던 할머니가 고양이 이름에는 무조건 S가 들어가야 한다고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이름 소개를 할 때면 다들 이름 때문인지 애교가 많고 치근덕 거릴 것이라고 부푼 기대를 하며 슈무지에게 다가가는데 이름과는 다른 까탈스러움에 실망을 하곤 한다.
슈무지가 이름값을 하며 애교를 부리고 귀찮게 부비적 거리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다! (뿌듯)
걸어 다니는 곳마다 졸졸 따라오고 항상 나만 쳐다보고 있으니 이 작은 생명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일하는 시간이 다행스럽게도 짧기 때문에 7시 30분에 나가서 13시에 들어온다.
사실 퇴근 후 바로 오게 되면 12시 40분인데 슈무지의 루틴을 깨지 않으려고 일부터 13시에 딱 맞춰 들어오곤 한다. 주말이나 방학에도 이 루틴대로 생활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매우 피곤하긴 하다.
간단히 그녀의 하루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아침 6시, 고양이 알람을 울리며 집사 언니를 깨운다. 이어서 첫 번째 아침식사를 하고, 6시부터 8시까지 집 주변을 산책하며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한다.
8시가 되면 두 번째 아침식사를 마치고, 13시까지 달콤한 낮잠에 빠진다. 13시가 되면 언니가 집에 들어오는 소리에 눈을 뜨고, 콧바람을 맡으며 잠에서 완전히 깬다. 깨어난 그녀는 곧바로 13시 15분에 점심식사를 한다.
그 후, 17시까지는 집 주변을 둘러보며 다시 한번 보초를 서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동물들을 구경한다.
17시부터 18시까지는 야옹거리며 간식을 받아내고, 집사들과 놀아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18시 30분, 저녁식사를 마친 뒤 다시 밖으로 나가 보초를 선다. 마지막 저녁식사는 21시에 나오며, 그때가 되면 현관문은 봉쇄된다. 하지만 나가고 싶은 마음에 한참을 야옹거리다가, 결국 집사 언니의 전신 마사지를 받고,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푹 잠이 든다.
이런 팔자 좋은 고양이를 봤나!
허나 나도 사람인지라 쉬는 날이나 방학이면 침대에 붙어서 뭉그적 거릴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슈무지는 야옹야옹 거리면서 나를 일으켜 세운다. 슈무지는 정말 과묵한 고양이인데 원하는 것이 있으면 아주 우렁차게 표현을 하곤 한다. 영리하게도..
요즘 들어 동물들이 우리 집 마당 쪽으로 자주 산책을 오는데, 마실 나온 다른 동물들과 시비가 붙어 주눅이 든채로 집에 들어오곤 한다. 한 번은 옆집에 사는 마당 고슴도치에게 살며시 다가갔다가 발바닥에 가시가 박혀 돌아오기도 하고, 또 옆집 산책냥이들이 "너 뭐야! 야옹!" 이라고 시비를 걸어도 움츠리곤 하악 한 번 못 하는, 사회성이 아주 부족한 쫄보 고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딴에는 집을 지켜보겠다고 시도때도 없이 밖에 나가 보초를 서는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너무 귀여워서 미치겠다..
슈무지는 비록 이름처럼 애교 많고 치근덕거리는 고양이는 아니지만, 그 까칠한 모습마저도 나에게는 더없이 사랑스럽다. 이름에는 어울리지 않는 고양이일지 몰라도, 슈무지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작은 생명체는 내 일상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슈무지와 함께하는 시간 덕분에 나는 매일이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 더 특별하다.
사랑한다 내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