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인생 사수를 만나다
개발자로서 첫 직장이었던 전 스타트업에서 Frontend 개발자로 3년을 근무하고, 1년의 재취업 기간을 거쳐 지금 회사를 만났다. 실무 개발자가 된 지 햇수로 4년 차이지만 과연 내가 진짜 4년 차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 4년 차의 실력이란 어떤 걸까, 얼마나 해야 하는 걸까, 난 왜 이렇게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일까, 이게 맞나? 하는 고민들은 끊임없이 했다.
주변 업계 사람들로부터 코딩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빨리 배우는 편이다, 습득력이 빠르다, 코드 이해력이 빠르다. 하는 말을 듣곤 했다. 칭찬을 받으니 좋긴 한데 속으론 끊임없이 내 실력을 의심하고 불안해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았고 지금도 많다.
*frontend developer: 프론트엔드 개발자. 코드로 웹사이트의 모양과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구현하여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
그런 불안을 달고 사는 내게 사수가 생겼다. 진짜 사수.
믿고 따를 수 있는 사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질문을 할 수 있고 내 고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답변해 주는 사수가 내게도 생겼다.
과거에도 사수가 있었다. 간호사 1년 차 시절, 프리셉터라 이름 붙인 사수. 그 당시 프리셉터였던 선배 간호사는 본인은 프리셉터를 하기 싫은데 수선생님이 시켜서 하는 거라고 두고두고 나를 가르치는 일을 싫어라 하면서 가르쳤다. 안 그래도 바쁘고 힘든 일을 하는 와중에 혹이 하나 더 붙었으니 이해는 한다. 하지만 대놓고 싫은 티를 너무 내니 당시엔 의학지식보다 눈치 보는 법을 더 많이 배웠다. 그 덕에 사회생활 필요 덕목인 눈치와 센스를 여타 다른 사회 초년생들보다 빠르게 탑재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 도대체 지금 나의 사수는 어떻길래 내가 이렇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는 걸까.
일단, 사수는 근거 기반 문제 해결가이다.
그는 높은 지식수준뿐만 아니라 코드 구현 방식부터 다방면으로 스킬이 뛰어난 사람인데, 모든 의견을 제시할 때 합당한 근거(자료 출처 및 예시)를 제시한다. 의견 제시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밑도 끝도 없이 하는 게 아니다. 하는 걸 배운다.
두 번째, 편견 없이 질문에 개방적이다.
나는 질문 포비아가 있다. 질문 전에 '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런 내게 사수는 단 한 번도 '아니 뭐 이딴 걸 물어봐?' 하는 뉘앙스를 보인적이 없다. 내가 질문을 머뭇거리면, 모르는 건 솔직하고 편하게 물어보라고 끊임없이 격려해 준다. 그 덕분에 나는 서서히 질문 포비아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물어보는 게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모르는 것 좀 물어본다고 세상이 두쪽이 나는 것도 아닌데. 하고 말이다.
세 번째, 나를 동료로서 존중해 준다.
그는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면서도 자신의 의견만 강요하지 않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여지를 남겨준다. 이 부분은 내게도 더 나은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할 시간을 준다. 예전엔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코드를 썼다면 지금은, 두세 개의 방안 중 어느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생각하고 사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네 번째, 부족한 부분은 진심으로 조언해 준다.
항상 코드 리뷰를 정성스럽게 해 주고 더 나은 코드 개선을 위한 방향 제시, 도움이 될 자료도 추천해 준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도 현실적인 조언 해준다.
과연 회사에서 멘토를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단 한 번도 닮고 싶은 선배, 닮고 싶은 동료가 없었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좋은 선배, 동료가 되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해 본 적 없다.
지금의 사수를 만나면서 그런 고민을 해 본다. 믿을 수 있는 동료, 배울 구석이 있는 동료 그리고 귀감이 되는 동료가 되는 건 어떤 걸 까에 대한 고민들. 언젠가 그런 동료가 될 수 있길 고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