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다시 월급쟁이
개발자로 근무하게 된 두 번째 직장임과 동시에 나의 두 번째 스타트업 회사생활이 시작되었다.
간호사로 일했던 경력과 지난 스타트업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나는 이번에도 의료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에 취직했다.
같은 스타트업이지만 이번 회사의 규모가 더 크고 구조적으로 더 체계적이다. Onboarding도 전문적이었다. 사실상 이전 회사에선 제대로 된 onboarding이 없었기 때문에 해외 직장생활 onboarding은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 Onboarding = 신입교육
Onboarding or organizational socialization is the American term for the mechanism through which new employees acquire the necessary knowledge, skills, and behaviors to become effective organizational members and insiders. In standard English, this is referred to as "induction"
wikipedia
이번에도 재택근무라 모든 업무는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 신입 교육도 각 카테고리별 담당자와 비대면 미팅으로 이루어졌다. General onboarding, team onboarding, tech onboarding, HR onboarding 그리고 CEO greeting이 대략 2주간에 걸쳐 진행됐다.
General onbarding
인터뷰 담당자였던 CTO(Chief Technology Officer)와 전반적인 사내 규정, 업무 지침, 의사소통 툴, 직원 이메일 받기 등등 기본적인 업무 관련 안내사항을 전달받았다. 인터뷰때와는 사뭇 다른,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나도 이제 여기 식구가 된 거야!
Team onboarding
부서장, 팀원들과 인사하고 서로 소개하면서 각자 업무, 역할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진행 중인 product에 정보 그리고 내가 담당하게 될 업무에 관한 대략적인 안내를 받기도 했다. 팀 전체 미팅을 하고 라이브 코딩을 심사(?)했던 나의 직속 상사, 즉 사수와 개별 미팅을 하면서 매주 언제 1 on 1 미팅(개별 피드백 미팅)을 할지와 업무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도 전달받았다.
Tech onboarding
노트북을 받고 나서부턴 본격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Git, Docker 등 사내에서 사용하는 업무 툴과 코드베이스 접근 권한 등을 받고 세팅하는 작업을 했다. 모르는 부분은 사수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본격적인 업무 티켓*을 받기 전에 사내 commit convention*부터 티켓 발행 방법 등도 안내받았다. 기본적인 세팅이 끝나고 사수가 코드베이스를 훑어주기도 했다.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코드 구성, 사용하는 libarary*에 대해 알려줘서 이 부분이 너무 고맙고 초반에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업무 티켓: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버그, 기능 요청 또는 작업 진행 상황을 기록하고 추적하기 위한 문서
*Commit convention: 코드 작성 및 수정 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규칙에 맞춰 메시지를 작성하는 방법
*Library: 특정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작성된 코드의 모음
HR onboarding
인사팀 사람과 사내 인사관리 툴 사용법, 월급 받을 은행 정보, 연차 및 병가 사용법 등등에 대해서 안내받았다.
사내에서 사용하는 툴은 Personio라는 인사관리 소프트웨어로 주변 지인들 회사에서도 많이들 쓰고 유럽권 내에서 많이 쓰는 프로그램이다.
CEO greeting
사장님의 환영인사도 개별 미팅을 잡아 이루어졌다. 사장님은 프레젠테이션을 띄워서 열정적으로 회사의 비전과 미션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이렇게 쓰려니 사장님이라 부르지만 사실 사내에선 직급이 아닌 다들 이름을 부른다. 이전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이번 회사의 사장님도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동료인 느낌이 강하다. 다르게 말하면 CEO에게서 특권의식이나 오만, 타인에 대한 편견이 딱히 없어 보였다.
Onboarding을 마치고 업무를 하면서 설레는 마음이 가득하다. 비록 임상에서 환자를 대면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지만 여전히 내가 가진 직업적 가치, 타인의 안녕과 평안을 위한 일을 할 수 있고 실현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덧붙여 다시 매달 통장에 꽂히게 될 월급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짜릿해!
부디, 다시 월급쟁이가 되어 가슴 뛰는 오늘을 6개월 뒤, 1년 뒤에도 잊지 않고 간직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