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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물고기 Jul 18. 2023

언어는 정신의 지문

[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2023.07.17.

2023.07.17. 월요일. 흐림

언어는 정신의 지문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라는 소설가 최명희의 탁월한 표현처럼, 글을 읽을 때도 사람의 얼굴을 볼 때처럼 느껴지는 첫인상이 있다. 나에게 감히 좋은 글과 나쁜 글의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까지 속속들이 논할 자격은 없지만, 한 명의 독자로서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글의 인상은 있다. 


특히 싫어하는 류의 글은 이른바 '괜찮아 문학'인데, 따뜻한 감성과 달콤한 위로로 감싸져 있지만 아무 영양가도 없다는 점에서 불량식품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런 점에서 외면일기는 자의식에 잠겨 허우적거리다 개똥철학을 설파하거나 얄팍하게 토닥거리는 SNS 감성글을 쓰게 되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좋은 컨셉인듯하다. 


활자들이 범람하는 시대다. 전통적인 문학 외에도 전문 지식, 업무 경험, '꿀팁'을 공유하는 글, 이혼이나 배우자의 불륜 등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까지 온갖 매체에서 넘쳐나서 시끄럽게까지 느껴진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고르는 과정부터가 자주 피로하게 느껴지고, 낯선 사람을 경계하듯 낯선 글도 경계하게 된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읽고 쓰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변화 많은 세상이지만 좋은 책으로만 가득 찬 책장과 공들여 고른 표현으로만 쓴 글을 남기고 가는 것 정도는 그렇게 무리한 인생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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