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빅터플랭클, 나치 독일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수감자로 있었던 분이야. 자신의 수용소 생활을 바탕으로 의미요법(로고테라피)이란 것을 창시한 분이기도 해.
빅터플랭클은 수용소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돼. 성탄절부터 연말이 되는 시점에 수용소에서 사망자가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사실. 수용소 환경이 악화되거나 전염병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이유가 뭘까?
그것은 수감자들이 성탄절에 집에 갈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희망적인 뉴스는 들려오지 않는거지. 그러자 절망감이 수감자들을 덮쳤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기에 이른거지.
수용소를 곧 나가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 사고'가 왜 죽음을 불렀을까? 긍정적 사고야 나쁠게 없지만 문제는 근거가 없다는 거지. 이게 문제를 일으키거나 나아가서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는거야.
많은 회사들이 계획과 실행은 하지 않고 '우리 회사는 잘 될거야'라고 생각한다. 곧 망할 회사지. 이미 망했거나. 이런 회사의 특징이 뭔지 아니? 냉정하게 현재의 문제점을 직시할 수 있게 직언하는 사람을 '부정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괄호 밖으로 내모는 경우가 많아. 진짜 망할 회사지.
성탄절이 지나고 연말이 지나도 석방 안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 긍정적 사고의 출발이야. 그 다음에 지옥같은 수용소 생활이지만 이면에 있는 작은 긍정의 실마리를 알아차리는 것이 긍정사고라 할 수 있지.
사실 이러한 것들은 어렸을때 이미 경험하고 배운거야.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지. 초등학교때 갔던 소풍을 예로 들어볼까? 소풍 전날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해. 너무 좋아서.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맛있는 거 먹고 단체게임도 하고....... 재미있을 상상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거지. 실제 소풍은 즐거운 면도 있지만 실제 가보면 점심 무렵지나 무료해지기 시작하고 재미없어지고 심지어 그 상황이 싫어지기도 하지. 친구와 사소한 갈등이라도 생기면 더 힘들어지고. 내가 닭싸움에서 멋지게 이기리라 생각했는데 비참하게 쓰러지는 순간의 그 창피함이란......
어른이 되어서도 별반 다르지 않아. 친구들과의 모임이 무작정 재미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모임에 가면 당황스러운 일이 많이 발생해. 모임에서 모든 친구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내가 무슨 얘기를 해도 재미있게 들어줄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 근거없는 긍정적 기대에 지나지 않아. 그런 생각은 모임에서 나 자신을 더 초라하게 만들기도 해. 오히려 '나에게 관심없는 친구들도 있을거야. 나에게 시크한 친구도 있을거야.' 이렇게 생각하는게 현실과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이렇게 생각하고 나가면 실제 그러한 일이 생겨도 내가 멘탈이 흔들리는 일이 줄어들지. 예방주사를 맞았으니까. 이게 공간(Space)을 주고 여유를 주는 거야.
연애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해. 소풍이나 모임이 그랬듯이 무작정 환상적이고 장미빛이라 생각하면 곤란하지. 아무 근거가 없을 뿐아니라 실제 상황과도 전혀 맞지 않아. 모든 일에 이면을 함께 보고 고려하면 그 일의 재미와 의미가 한 층 더 해지는 것 같아.
연애의 이면들
아빠는 연애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이인삼각이야. 한쪽 다리를 끈으로 동여매고 달리는 것 말이야. 이게 잘 맞을때는 신나기도 하고 재미도 있는데 호흡이 살짝 비틀어지면 재앙이 시작되는거지. 한번 안맞은 호흡을 가능한 빠르고 침착하게 정상궤도로 복귀하는 것이 이 게임의 관건이야. 그런데 이게 그리 쉽지 않아. 잘못하면 내가 딛는 걸음에 상대는 휘청할 만큼 큰 충격을 받기도 하잖아.
- 연애는 불편한 이면도 있어
이인삼각에서 호흡이 안맞으면 불편해지기 시작하는 것과 유사하지. 연애 커플은 둘이 다닐때도 이인삼각을 하고 있지만 다른 모임에 가도 마찬가지야. 단체로 등산을 간다고 생각해봐. 다른 사람들 모두 홀몸(?)인데 연애 커플은 서로 다리를 질끈 묶고 있잖아. 서로 도와주고 격려하며 등산하니까 좋기도 하지만 호흡이 안맞아봐. 얼마나 힘들겠어.
이럴때 그 커플만 불편한게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불편해. 그 커플을 버리고 갈 수도 없고 기다려줘야 할 때가 있을 수 있잖아. 때로는 귀찮은 이해심을 발동시켜 그 커플을 이해해야 하는 순간도 있을거니까. 그래서 친한 친구들 모임에서 연인이 탄생하거나 회사 내에서 커플이 생기면 본인들 말고도 주위 사람 모두가 불편해 질 수 있는거지.
- 연애는 더 외로울 수 있는 이면도 있어
아빠가 대학생 단체에서 정기적으로 강의를 하면서 느낀거야. 단체내에서 커플이 탄생하면 주위의 부러움을 많이 사게 돼. 계절이 늦가을로 가는 즈음이면 커플이 없는 사람들은 외로움에 사무쳐 하기도 하고. 그러면 커플이 되면 외롭지 않아야 되잖아.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 더 외로워지기도 해.
세미나를 마치고 뒷풀이하면서 커플 중 한 명이 가면 다른 한 명도 같이 일어서야 해. 대부분의 커플은 이 규칙을 따르더라고. 주위 사람들도 그 커플을 위해 ‘선의의 따돌림’을 해주는 경우도 많지. 커플은 모임에서 독립된 '섬'이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해. 때로는 둘만의 시간이 좋은 경우도 있지만 아빠 눈에는 커플이 외로워 보이는 경우도 많았어.
앞에서도 한번 얘기한적 있지. 외로운 두사람이 만나면 더 외롭다고. 외로움은 누구에 의해 해결되지 않아. 외로움은 스스로 극복하는 하는거야. 외로움을 적절히 즐길 수 있으면 더 좋고.
연애로 외로움이 해결돼 보이는 것은 착각이야. 그건 '심심함'이 잠시 해결된거지 '외로움'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거든. 누군가를 의지해 외로움을 이겨내보겠다고 연애를 시작하면 몸서리쳐지는 외로움이 시작될 수도 있어.
- 연애는 쓰디 쓴 이면도 있어.
연애의 쓴맛은 단연 헤어짐에서 오는 경우도 있고 연애중에 닥치는 경우도 많지. 아들. 한번 상상해봐.
길거리에서 남녀가 물어 뜯을듯이 싸운다. 말로 모진 말을 서슴치 않고 할퀴듯 말다툼을 한다. 심지어 몸싸움까지 한다.
위의 경우 남사친 여사친일때 일어날 수 있을까? 내 생각은 절대 안 일어나. 둘은 연인인거지. 적당히 주고 받는 사이에서는 미움이나 증오가 자리잡지 않아. 내 모든 걸 다 주었는데 상대가 그에 걸맞는 보답을 하지 않는다고 느꼈을때 느끼는 증오는 생각보다 커. 게다가 치정까지 얽히면 말할 것도 없고.
아직 연애를 본격 시작도 안했을 (확인할 바는 없지만)너에게 연애의 이면을 너무 이야기 한 것 같다.
산울림 -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산울림의 노래는 때로는 차분한 울림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신나는 울림을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 록큰롤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룹이야. 록큰롤 그룹이지만 동요처럼 서정적인 노래도 많아.
'내게 사랑은 너무 써'라는 노래는 아빠에게 특별한 노래야. 처음 기타를 배워야겠다는 동기를 준 노래야. 아마 이 노래가 없었으면 기타를 배우려고 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전주 부분이 너무 멋있고 좋았어. 이 노래는 아빠가 직접 불러주마. 아련한 옛추억 느낌으로 흑백 영상으로 제작해봤어.
아들,
사랑의 쓴맛이 찻잔 속 태풍이라면,
사랑의 기쁨과 달콤함은...... 쓰나미야.
아래는 아빠가 부른 '내게 사랑은 너무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