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점심시간 이후가 되면, 긴장감이 몰려온다. 다시 시작되는 새로운 한 주를 미리 그려보며, 월요일을 출발할 경계선에 있다. 이런 평범한 시간이 모여 멋진 날들이 이루어지듯이, 매시간은 지루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느긋한 마음의 여유가 주는 안락한 분위기는 매너리즘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 매일의 시간은 단조로우며 반복적인 것으로 인식되지만,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순간들은 삶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잔잔하게 이야기를 그려내는 영화 <패터슨 (Paterson)>과 무레 요코의 동명소설이 원작인<까모메 식당(Kamome Diner)>통해 이러한 소소한 매일의 아름다운 시간을 포착할 수 있다. 패터슨(Paterson)과 의 사치에의 이야기는 문화적으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반복되는 생활속에서 내면의 평온과 자기성찰을 추구하는 인물들을 통해 다시 오늘의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패터슨(Paterson)과 사치에는 매일의 반복이 지루한 시간이 아니라, 이런 시간속에서 자신의 삶을 깊이 있게 경험하는 기회를 만끽하고 있다. 패터슨은 미국 뉴저지주(New Jersey)에 위치한 패터슨(Paterson)이라는 도시에 살고 있다. 그는 도시를 순환하는 버스 운전기사로 일한다. 아침에 간단한 음식을 먹고, 성냥갑에서 글의 영감을 얻으며, 운전하기 이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글들을 정성껏 메모하며, 점심시간에는 공원을 방문하여 글을 쓴다. 업무를 충실히 해내면서 하루의 시간을 보람차게 만들며, 퇴근 이후에는 애완견 마빈과 산책하며 동네 바를 방문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매일 시를 쓰는 자신의 꿈을 향해 꾸준히 다가가면서도, 그의 아내 로라의 꿈도 응원하며 미래의 비전을 그려본다.
사치에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카모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같이 동일한 시간에 가게를 열며, 오니기리를 중심으로 하는 메뉴를 정성껏 만든다. 현지인들과 타지에서 온 손님들을 위해 열심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만,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식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꾸벅거리며 잠시 졸다가도, 손님이 찾아오면, 정갈한 음식을 정성스럽게 차린다. 어느 날은 현지인 손님 토미는 일본 만화 <갓차맨>의 노래 가사를 물어보는데, 생각이 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알려주려 노력하며 대접한다.
패터슨과 사치에는 소통을 중시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대화하면서 인간관계안에서 특별함을 발견해낸다. 같은 노선에서 반복하여 근무하지만, 그의 귀에 들리는 이야기는 다채롭기만 하다. 꼬마들이 등굣길에 나누는 대화, 젊은이들이 청춘에 대해 시시콜콜 나누는 대화들은 그의 표정에 미소를 짓게 하며, 엿듣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애완견 마빈과 산책할 때는 빨래방에서 멋진 랩을 위해 연습하는 이를 만나며 응원도 하고, 바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퇴근 무렵, 시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꼬마에게서 “에밀리 디킨슨을 좋아하는 버스기사”라는 말을 듣게 되는 패터슨은 이미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내는 시인이다.
사치에는 서점에서 처음 대면하는 일본인 미도리에게 <갓차맨>의 노래 가사를 물어보면서, 친숙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줄도 안다. 흔쾌하게 노래가사를 노트에 적어 주는 미도리와 만남을 계기로 미도리를 초대하여 함께 식사를 하게 되며, 미도리는 사치에의 식당에 함께 출근한다. 식당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자 동네 아주머니들은 금새 알아차린다. 사치에가 말한 것과 달리, 그녀의 식당은 특별하다. 사치에는 자신의 식당은 레스토랑이 아니라 근처를 지나다 허기를 채우는 곳이라 언급하며 열심히 하다보면 손님이 늘어날 것이라 굳게 믿는다.
패터슨은 그의 단조로운 삶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생활속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며, 자신의 시를 통해 성장한다. 그의 삶은 표면적으로는 변화가 없지만, 내적으로는 시를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그는 언제든 평온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마빈이 정성들여 써놓은 그의 시노트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아도, 흔들리는 마음을 가라않히기 위해 평소에 방문하던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다. 평소와는 다르게 그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그때, 어떤 일본인이 앉아도 뇌냐며 묻고는 윌리암 카를로스 윌리엄스(William Carlos Williams)의 시집 <패터슨 (Paterson)>을 꺼낸다. 뉴저지 패터슨 출신이냐는 일본인의 질문으로 그들은 대화를 이루어 나간다. 일본인은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노트를 건네며, “때로는 텅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준다”는 말을 건넨다. 패터슨은 매일의 생활속에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페이지를 펼칠 것이다.
사치의 식당도 역시 헬싱키에 사는 현지인들과 타지에서 온 여러 사람들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된다. 비행기에서 자신의 짐이 분실된 것을 말하는 마사코에게 갈아입을 옷이 있는지를 친절하게 물어봐주는 사치에, 옷을 빌려줄까요라 묻는 미도리는 까모메 식당을 정감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현지인을 위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보는 그들의 노력과 손님들을 위한 그녀의 음식과 공감어린 마음은 빛을 발한다. 또한 지쳐있던 마티와 같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대화를 통해 조금씩 어려움을 극복해내면서 소통과 위로의 공간이 되며, 식당은 활기를 띠어간다. 고향의 맛이 전해지는 오니기리를 열심히 만드는 사치에의 친절함과 진심어린 태도는 헬싱키의 낯선 이들을 연결시키며, 점점 더욱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공간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패터슨과 사치에는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들과의 소소한 교감 속에서 변화한다. 그들은 일상의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소통의 힘을 경험하며, 그 속에서 자신을 발전시키며 내면의 성장을 이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