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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주 Oct 27. 2024

황금기의 낭만

레트로 문화는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부활하며, 과거의 영화와 음악, 패션, 음식 등이 주목받고 있다. 아날로그 매체는 좀더 개인적이며 인간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며 감정의 선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데 적절하기에 그런 친숙한 매력이 지속되는 것 같다.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혁신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불안정한 자신의 모습을 극복하려 하며 정체성을 찾으려 하는 것은 당연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대의 사회적, 경제적인 압박 속에서 과거의 모습이 더욱 낭만적이며 순수하게 여겨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F.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stby)>와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에서 제이 개츠비(Jay Gatsby)와 길 펜더(Gil Pender)는 과거를 동경한다. 그들이 과거에 열광하는 것은 제이는 사랑과 연결되서이며, 길은 이상적인 시대라고 생각해서이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제이는 그의 첫사랑인 데이지 뷰캐넌(Daisy Buchanan)을 과거에 두지 못한 채 여전히 그리워하며, 그의 모든 시선은 그녀를 향해 있다. 오로지 그녀를 위해, 불법적으로 일을 하여 거부가 되어 돌아온 그는 뉴욕 롱아일랜드의 웨스트에그에 있는 대저택에서 호화로운 파티를 매주 열며 데이지가 오기만을 열망하며 기다린다.

      

제이는 맞은편 이스트에그에 살고 있는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 그녀의 친척이자, 이야기의 화자인 닉 캐러웨이(Nick Carraway)를 설득해낸다. 제이는 자신의 집을 방문한 그녀에게 과거의 자신이 아닌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여러 종류의 옷들을 꺼내어 계속 공중에 휘날린다. 이때 공중에서 펴지는 화려한 옷들은 작은 꽃봉오리들이 아름답게 피어나듯이 제이의 사랑도 그토록 멋진 결실을 얻게 되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닉과 데이지와 함께 제이가 웃는 장면은 제이의 마음이 데이지를 다시 만난 그 시간에 대해 얼마나 기쁜지를 나타내주며, 그의 마음이 그토록 어린아이처럼 순수한지를 보여주며 다시는 그녀를 놓치지 않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길은 미국의 소설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각본가의 일에서 나름대로 성공하였으나,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은 다른 방향으로 그를 안내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길에게 파리라는 도시는 특별하다. 약혼자와 그녀의 가족과 함께 파리에 온 길은 주변의 인물들과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가 동경하는 시대는 1920년대의 시간이며, 이 시대는 그에게 황금기와도 같다. 길은 예술가에게 영감이 되는 원천을 1920년대의 시간속에서 찾고 싶어하며, 그 시대속에서 낭만적인 이상을 기대한다. 

    

그러나, 제이와 길이 그리던 과거와 현실의 모습은 다르다. 제이가 그리워하는 과거는 이미 사라진 것이며, 그가 추구하는 것은 실제의 데이지가 아니라 과거의 데이지의 모습을 이상화시킨 모습이다. 데이지는 제이가 바라는 것처럼, 그녀의 마음은 온전히 제이만을 위해 향할 수 없다. 데이지가 확언한 바와 같이, 자신의 마음은 제이와 톰 뷰캐넌 모두에게 향할 수 있다는 것처럼, 시간과 함께 변한 그녀의 모습은 제이가 직면하는 현실이다. 이런 차디찬 현실과 그의 이상속에서 그는 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 허무한 결말에 이른다. 호화로운 파티와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던 데이지와 주변 인물들의 화려했던 모습은 가면이었으며, 데이지 역시 톰과 함께 새로운 여행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제이가 간절하게 다시 만나고 싶어하던 과거의 시간은 예전의 모습대로 반복되지 않은 것이다. 

     

길이 머무르는 호텔로 가던 도중, 푸조 차량을 타는 것은 그의 바램이 투영된 모습들을 직면하게 될 것을 나타낸다. 길은 창의력을 발휘하여 진정한 예술가가 되어 예술적인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하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목소리를 찾는 과정에 있다. 1920년대의 예술가들인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부부, 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등을 만나지만, 그에게 변화를 가져온 인물은 파블로의 연인 아드리아나이다. 아드리아나는 1920년에 살지만, 벨 에포크 시대를 동경하는 것이다. 길은 아드리아나와 함께 다시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데, 1890년대에서 그들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에드가 드가와 폴 고갱이라는 그 시대의 예술가들과 테이블에 낮아 황금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길은 그들이 현실이 공허하며,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에게 황금기는 르네상스 시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드리아나는 길에게 자신의 황금기이자, 파리 최고의 전성기인 1890년대에서 살자고 말하지만, 길은 답하지 않는다. 그리고 “당신처럼 현실에서 황금시대로 도피하고 싶었다”는 것을 언급한다. 

    

제이와 길은 과거를 통해 발견해야 할 본질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인물들이다. 제이가 위대한 이유는 과거의 영광들이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다해도, 자신이 갈망하던 것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현재와 연결하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바라던 대로 진행되지 않고 다른 결과로 나타나더라도, 그 이면에 희망에 대한 열망과 희망을 이루어내려는 인간의 의지가 거침없이 발현되었다는 것에서 제이의 위대한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1920년대의 미국사회의 암울한 분위기속에서 밝은 미래가 기약되어 있지 않지만, 자신을 지탱하게 하는 원동력이던 대상이 허상일지라도 제이를 계속 앞으로 전진하게 한 그의 강렬한 의지가 삶 속에서 본질로 작용하며 여전히 시간과 공간을 너머 다른 시대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길은 자신의 내적 여정을 통해 현실에서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확립한다. 길은 과거에 대해 동경하며 낭만적인 모습만을 보려하는 자신의 모습을 본질을 파악하여 현실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길이 과거시대를 통해 꿈구었던 낭만적 가치는 헛되지 않다. 자신의 꿈과 정체성을 다시 정립하여 현실에서 더욱 나은 선택을 하여 풍요로운 삶과 연결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길은 파리에서 예술가로서의 열정을 펼치며 새롭게 시작하게 될 것이다. 길은 비오는 파리의 저녁거리를 홀로 걷지만, 우연히 마주친 가브리엘(Gabrielle)과 함께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그녀의 말처럼, “파리는 비가 내릴 때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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