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항상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했다. 과거에는 미지의 대륙과 바다를 탐험하며 한계를 넘었으며, 이제는 그 시선을 우주로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지 호기심이나 기술적 진보에 대한 열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가 직면한 위기는 인류의 시야를 지구 너머로 향하게 한다.
우주는 완전히 이해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다. 인류는 지구라는 행성 안에서 오랜 세월 동안 발전해 왔지만, 이제는 그 한계를 넘어 우주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탐험 이상의 목적이 존재한다. 지구의 미래가 불확실해지는 지금, 인류는 생존을 위해 새로운 터전을 모색할 지점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끝없이 펼쳐진 우주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새로운 공간을 찾는 것 이상으로 더욱 깊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우주로 향하는 여정에서 우리는 그곳에서 마주하게 될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시점에 와 있다.
영화 <그래비티 (Gravity)>와 <애드 아스트라 (Ad Astra)>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이자, 인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비티>의 라이언 스톤(Ryan Stone)은 라이언은 나사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우주에서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베테랑이며 곧 귀환할 맷 코왈스키(Matt Kowalsky)역시 임무를 수행중이다. 맷이 우주에 와서 가장 좋은 것을 물었을 때, 라이언은 고요함이라 언급한다. 활기찬 기운을 반영하며 들릴 수 있는 메시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휴스톤의 관제센터에서 미사일에 맞은 러시아 위성이 이들이 있는 곳의 궤도와 일치하지 않을 거라는 예측을 알린다. 이런 교신에 익숙하다는 듯, 그들은 귀담아 듣지 않은채, 계속 임무에 몰입해 있다.
미국 육군 로이 맥브라이드((Roy Richard McBride) 소령은 <애드 아스트라>의 주인공이다. “Ad Astra(아드 아스트라)”는 라틴어로 “별을 향하여”라는 뜻을 나타낸다. 그는 국제 우주 안테나에서 근무한다.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며 우주 비행사가 꿈이었던 그는 근무에 앞서 심리 진단을 받고 결과를 제출한다. 우주를 편안하게 자신의 공간처럼 느끼며, 오늘도 일을 위해 그는 우주 공간에 머물고 있다.
대수롭지 않게 들었던 소식과 달리, 로이와 다른 승무원들은 잔해 폭풍의 규모가 확산되고 있으니 임무를 중단할 것을 지시하는 휴스톤 센터의 다급한 교신을 듣는다. 그들은 연결되어 있는 통신도 안전하지 않은 상태에 직면한다. 익스플로러는 잔해와 충돌하기 시작하며, 다른 승무원들과 달리 라이언과 맷만 남아있다. 능숙하게 지휘하는 맷의 지시대로 그들은 소유즈를 타고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들이 발견한 소유즈는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다. 원료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연히 걸린 낙하산줄로 인해, 그들은 간신히 진정국면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들 모두를 지탱하기에 줄이 엮부족이라는 것을 아는 맷은 스스로 줄을 놓는다. 맷이 설명한 대로, 라이언은 다시 우주 정거장 내부로 진입한다.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는 소유즈안에서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로이의 여정은 자신의 마음속 깊이 있는 아버지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며, 자신이 갈망하던 우주속에서 자신이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들을 직면하여 고독한 결정을 내리며 자책보다는 자각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로이는 태양계 외곽 탐사 유인 프로젝트인 리마 프로젝트에 참여해 실종된 것으로 알았던 아버지 클리포드 맥브라이드(H. Clifford McBride)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며 화성에서 아버지와 통신을 해보라는 임무를 통보받는다. 그는 화성에 가서 지구의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우주에 와서 가장 좋은 것을 묻는 맷에게 라이언은 “고요함”이라 언급할 만큼, 지구는 그녀의 시간이 지독한 괴로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공간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고요함은 이후 라이언이 지독하게 강해져서 극복해내야만 하는 적이 아닌 적이 된다. 맷의 환영마저 보게 될 만큼, 소유즈를 타고 귀환하려는 과정에서 문제에 직면한 라이언은 교신을 통해 들리는 개의 소리마저 따라 해 본다. 하얀 입김이 나오는 고립된 공간에서 교신 너머로 들리는 소리는 라이언을 살아 있게 만드는 본질이다.
이런 고립은 마음 속 깊은 상처이던 딸의 존재를 되뇌이며 강한 의지를 보이는 라이언이 슬픔마저 초월하게 할 만큼 거대한 무게인 것이다. 모든 상황을 원활하게 처리할 만큼 기적같은 시간이 찾아온 것도 라이언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였지만, 그러나 그녀의 깊은 마음에 자리잡았던 집념의 뿌리가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라이언은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되며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고, 그로 인해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것이다.
라이언은 극한 상황을 극복해내며, 지구에 도착한다. 아름다운 지구는 그녀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로이가 달에서 화성을 거쳐 해왕성에 이르기까지 직면하는 변화는 인류와 우주, 관계와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달은 인류의 이상이 가득담긴 기지이지만, 자원채굴, 탐욕과 무질서로 점철된 무법지대이며, 탐험의 영역 너머에 있는 곳이다. 헬렌 란토스 박사를 통해 진실을 알게되면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버지의 모습과 지적 외계생명체를 찾아내는 일에 집착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중복되면서, 화성은 리마 프로젝트의 이면을 알게 되며 현실을 인식하게 되는 행성이다. 또한 해왕성은 로이가 진실과 자기를 성찰하게 되는 곳이다.
로이는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지탱할 수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대신에, 아버지의 집착과 아버지가 선택하는 길에 함께 하지 못하며 느끼는 깊은 고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다. 간절하던 자신의 바램을 넘기며 무거운 마음으로 아버지와 결별하면서 자신이 이룬 가정을 생각하며 가족의 가치를 정립하게 된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달으며,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목표를 새롭게 찾으며, 해왕성에서 지구로 돌아가야 할 방향을 재확인하며 로이는 그의 여정을 계속 한다.
라이언과 로이의 여정은 복잡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려운 일들 속에서 무엇을 결정하며, 어떻게 회복하여 계속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희망의 가치를 전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