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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Jul 25. 2020

명상 일기 _ 200724. 7일 차


성적 채점




금요일. 성적 입력 기간이 오늘 마감이라 채점을 했다. 두 학교에서 타이포그래피를 가르치는데 한 학교는 진작에 성적 입력을 했고, 한 학교의 입력은 기간이 남아있길래 미적대다 입력 마감일(오늘)이 닥쳐서야 했다. 미적댄 나를 위해 변명을 해보자면, 첫째  많은 학생들이 열심히 따라줘 성적을 내는 일이 쉽지가 않았고, 두 번째는 성적을 매기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조금 불편해서였다. 성적을 매기는 건 항상 불편하다.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공부했던 독일의 예술학교에서는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평가한 성적표가 나오지 않는 대신, 각 수업마다 이 학생이 수업을 통과했다는 것을 증명한 증명서를 받았다. 학교에서는 예술에 관해서 점수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없었다. 굉장히 이상적인 학교 시스템 같지만 모든 일에는 장단이 있듯이, 나름의 부작용도 있었다. 작업이 아주 별로라고 생각되는 애들도 원인 모를 천재병 걸려서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ㅎ  



성적 처리를 끝내고 일을 조금 하다 돌아왔다. 바람이 기분 좋게 시원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맞은편에서 오는 여자 셋이서 얘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오늘 진짜 행복하다" "어!! 바람도 완전 좋고~!" 스쳐 지나가면서 듣게 되었는데 왠지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에는 예전에 사두고 앞부분만 읽었거나 읽지 않았던 명상 책들을 본다. 어떤 책은 여전히 별로라고 느껴지고, 어떤 책은 새롭게 정말 좋다. 아마도 내가 예전보다 더 관심을 갖고 읽어서 그렇겠지.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이라는 책에 나온 한 구절.



붓다는 사람이라는 것은 완전하고 불변하는 존재가 아니라 순간에서 순간으로 흐르는 하나의 과정임을 깨달았다. 진정한 '존재'라는 것은 없으며, 오직 계속되는 흐름, 지속적인 생성의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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