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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자 C Jul 10. 2024

산책자 C

프롤로그

책과 관련된 일을 하며 20여 년을 보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와 한 일이 모두 '독서'와 관련된 일이었죠. 독서논술 강사로 12년, 독서 프로그램 개발자로 12년을 살며 그림책부터 대입 논술의 단골 고전까지 다양한 수준과 영역의 책을 읽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독서토론, 대입 논술 지도부터 어린이 청소년용 독서교육 교재 개발, 디지털 독서 플랫폼 개발 등 일의 형태는 조금씩 변화했지만, 그동안 해온 일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남들이 좋은 책을 잘 읽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일을 더 잘하고 싶어 독서학회에도 가입해 연구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대학원에서 미디어를 공부했습니다.


   일도 학업도 취미도 모두 독서로 귀결된 덕업일치의 나날을 보내며 저도 언젠가는 책과 독서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매년 쏟아져 나오는 독서에 관한 책들을 보면 내가 거기에 얹을 내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또 멀티태스킹 능력이 부족한 탓에 현업에 있을 때는 업무 외 다른 일에 쏟을 에너지가 부족했죠. 그런데 가깝게 지내는 이들조차 책을 멀리하거나 자녀에게 독이 되는 방식의 독서교육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독서교육의 목표는 '성숙한 독자'를 만드는 것입니다. 성숙한 독자는 책이 주는 정보를 그대로 건져 올리는 사람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책이 주는 정보와 나의 배경지식/경험을 버무려 새로운 의미를 구성해 내야 하죠.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독서라는 현상을 연구하며 성숙한 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개의 날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쪽 날개는 '좋은 책'이고, 다른 한쪽 날개는 '좋은 독서법'이지요. 즉,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가 독서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좋은 책과 좋은 독서법에 대한 내용에는 오해와 편견이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독서 능력은 성장하면서 저절로 길러진다는 생각이나, 고전이나 명작은 무조건 좋다거나 그림책은 유아나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이런 오해와 편견을 하나씩 꺼내 짚어 나가겠습니다.


   '문해력' 열풍으로 한동안 교육계나 출판계가 떠들썩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가 되면서 문해력 저하를 피부로 느끼는 이들이 많아진 탓이라고 합니다. 문해력에 관심이 높은 이 상황이 저와 같은 사람에겐 내심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문해력 열풍이 수능 국어 성적이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기능에 국한된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산책자 C의 산 책 노트>에서는 문해력에 대한 논의도 비중 있게 다루려고 합니다.




   저는 초등학생부터 대입 논술을 준비하는 고등학생까지 많은 학생들을 10년 이상 관찰하며 대면 지도했고, 그 학생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또 독서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하는 동안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 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온오프라인 독서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자녀나 소수를 대상으독서교육 케이스를 기준으로 삼아 생길 있는 오해에서 조금 비켜설 수 있었습니다.

 

   브런치에 연재를 결심하고 고심한 끝에 이 책의 제목을 <산책자 C의 산 책 노트>로 지었습니다. '산책자 C'는 소속이 없이 산책을 일삼고 있는 최씨, 즉 현재 제 상황을 말하는 것이고, '산 책'은 제가 직접 구입한 책을 뜻합니다. 일의 특성상 한 해 수백 권에서 천 권 이상의 책이 제 손을 거쳐갔기 때문에 사비를 털어 책을 살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주기적으로 서점에 들러 개인적으로 읽고 싶은 책들을 찾아 따로 구입해 읽었습니다. 이렇게 제가 직접 '산 책'은 저에게도 특별한 책들입니다. 또 서재에 일정한 수의 책을 유지하기 위해 분기마다 넘치는 책을 처분하기 때문에 '산 책'은 그중 살아남은 생명력이 있는 책을 뜻하기도 합니다.


   책 읽는 산책자의 입장에서 특정 기관이나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분들의 독서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책과 독서법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써나가겠습니다. 독자들께서도 '이건 소수의 특별한 케이스 아냐?'거나 '특정 책을 홍보하기 위한 거 아냐?' 하는 의심은 거두고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대신 <산책자 C의 산 책 노트>를 읽으며 자신의 독서 생활에, 혹은 학생이나 자녀의 독서교육에 유용한 조각들을 찾아 '살 책'이 마구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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